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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MDJAI Nov 17. 2019

뉴욕이 아니라 미국 교외에서 그리고 시골에서 한류

된장과 쌈장의 차이를 영어로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린 주체는 자동차나 전자기기였는데, 최근 들어 한국을 알리는 주체는 많이 변화한 듯이 보인다. 뉴욕에서는 우리나라 대기업 브랜드가 전광판에서부터 길거리 벽보까지 다양한 모습과 형태로 나타난다. 외국 사람과 물건의 유입이 많은 미국의 도시에서 한국이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지 측정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교외나 시골에서 누군가가 한국의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한국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미국의 한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교외의 한 카페를 들리게 되었던 적이 있다. 도시에서 먼 지역일수록 마주치게 되는 아시아인의 비율이 낮아진다. 내가 들리게 되었던 카페도 종업원부터 손님까지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한국 노래 멜로디가 들려왔다. 자동적으로 두리번거리게 되었는데, 3-4명 정도 둘러앉은 손님들이 스마트폰 하나를 가운데 두고 무언가를 집중하며 보고 있었다. 커피를 가지러 갈 때, 지나가면서 슬쩍 보니 그 한국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여럿이서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순간 들었던 생각은, 음악 감상이 목적이라면 이어폰을 이용해 혼자 들으면 될 텐데, 왜 여러 명이서 공부하듯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카페에서 홀로 아시아인인 내가 근처에 앉아 있으니 보여주는 느낌으로 그 영상을 실행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있는 대학원은 시골 지역에 위치했고,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제외하면 마을 구성원의 대부분이 백인이었다. 어느 시점부터 이 미국 시골에도 한국 음식에 관심이 남다른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의료센터 도서관의 컴퓨터를 쓰다 보면 최근에 방문한 웹사이트 주소 기록이 남아 있는데, 한국 음식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 주소가 보이기도 했다. 미국 시골 지역에서 한국 음식과 관련된 방송 링크가 보이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심지어 대학원생들과 얘기하다 보면, 한국음식에 대해 꽤나 자세히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불고기를 불고지라고 발음하거나 음식의 이름을 대부분 알지는 못했지만, 꽤나 많은 종류의 한국 음식과 만드는 법까지 알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먹방’ 유튜브 방송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먹방’이라는 단어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으로 봐서 유튜브를 통한 한국 음식 문화의 전파는 상당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 

     미국인 대학원 동료들이 한국의 음식에 왜 관심이 높은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김치 같은 한국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나, 한 번의 식사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의 찬들이 올라간다는 소문 정도로 그들을 끌어들였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이국적인 음식에 대한 환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 미국 음식은 미국 음식만의 무언가를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이 한국 음식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음식점을 찾다 보면, 전 세계의 음식이 다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음식점들이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추어서 변형되다 보니, 그 나라의 고유한 맛도 잃고 미국의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느 곳에 머물고 있다. 그렇게 표준화된 음식점들만 보다가 재료와 조리법이 명확하게 구분되고 한국만의 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음식을 보게 되니 더 많은 관심이 생긴 것 같았다. 한국 음식에 대한 영상의 확산을 징검다리로 한국 제품의 세계화를 넘어서 한국 문화가 퍼져 나가는 추세는 분명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비슷한 한국 음식재료에 대해 설명할 일이 많았다. 예를 들어, 고기를 구워 먹을 때 필요한 쌈장, 된장과 고추장을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은 영어 단어를 안다고 해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Red Pepper Paste’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된장이나 쌈장과는 구분이 어렵지 않았지만, 된장과 쌈장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좀 애매했다. 엄밀히 말하면 둘 다 콩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된장은 ‘Soybean Paste’이고 쌈장은 ‘Seasoned Soybean Paste’로 설명된다. 좀 더 차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쌈장에는 마늘이 더 들어간다고 설명을 하곤 했다. 

     음악과 음식문화가 퍼지는 동안, 한국어는 얼마나 미국에 퍼져 나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길을 가다 보면 때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한국어가 크게 쓰여 있는 옷을 입은 사람을 볼 때가 있는데, 대부분은 옷에 쓰여 있는 단어의 발음이나 뜻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적어도 한국어가 미국 곳곳에서 보인다는 것 자체도 몇 년 전과 다른 큰 변화였다.  

     미국 내 한국 문화 전파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은 이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의 제품, 문화, 그리고 언어를 넘어서 어떤 정신적인 가치가 미국에서 퍼져 나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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