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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Sep 13. 2024

일단, 버티는 거야



며칠 전,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오던 중 내 머리 위로 무언가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 손을 들어보니, 정체는 낙엽이었다. 그 순간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찾아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무더위, 마치 영원할 것 같았던 한철이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가을이 천천히 나를 마주하러 오고 있구나.' 스스로에게 "잘 버텼구나"라는 말을 건넸다. 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갔는지, 그리고 그 시간을 내가 얼마나 견뎌왔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요즘 퇴사를 주제로 한 도서나 영상 콘텐츠는 차고 넘친다. 사람들은 힘들 때면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찾곤 한다. 하지만 정작 퇴사를 결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치 다이어트 중에 먹방을 보는 것처럼, 퇴사를 꿈꾸지만 현실의 벽은 쉽게 넘지 못한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일단 버텨보라." 물론, 나도 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회사는 없다는 것을. 복지가 좋은 회사는 연봉이 아쉽고, 연봉이 만족스러운 회사는 출퇴근 거리가 멀 수도 있다. 혹은 사람들은 좋지만 일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딜 가든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회사도 사람처럼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해 보였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예상치 못한 단점이 드러나는 법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바로 떠나겠는가? 아니면 그 단점을 감수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가겠는가?



회사를 떠날 생각이 들 때마다 그곳에서 얻은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배울 수 있는 것은 더 없었는지 생각해 보라. 마치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인정하고, 단점을 품으면서 함께 성장해 가는 것처럼. 회사도 그럴 수 있다. 어떤 단점이 있을 때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단점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 더 빛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무작정 긍정하자는 말이 아니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꿔보라는 이야기다.



그 속에서 보이지 않던 기회와 가능성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그만두고 싶다"라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그곳에서 배울 것이 남아있을 수 있다. 힘들고 막막한 순간에도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 그것이 노하우가 되고, 때로는 처세술이 되어 준다. 퇴사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이직은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일 수 있지만, 무작정 퇴사하고 싶다는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이 오면 더 고민해 보라. 지금을 견디는 것이 오히려 다음 기회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혹시 ‘원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지금 당신이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면, 어쩌면 당신은 바로 그 동트기 직전의 어두운 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어둠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버틴다면, 머지않아 빛이 찾아올 것이다. 이 메시지는 직장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자영업자에게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이에게도 동일하다.



버티다 보면, 언젠가 가을도 오고 봄도 온다. 인생의 계절은 돌고 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순간을 지내며, 더 나은 계절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보라. 가을도, 그리고 봄도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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