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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Oct 29. 2024

아쿠아 (AQUA)



퇴사를 했다. 어쩌면 이는 단순한 결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자판을 두드리는 듯한 일이다. '를'을 쓰는 고민보다, 차라리 나를 잃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더 컸다. 사랑의 붉은색과 그리움의 푸른색이 서로 엉켜, 내 마음의 캔버스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그려지지 않는 상태로 놓여 있다.


백지, 그곳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있다. 흐릿한 과거의 기억들이 빛바랜 색을 잃고,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다. 친구와 나눈 소소한 대화, 가족의 따뜻한 미소, 사랑했던 사람과의 아련한 순간들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그 당시의 나는 왜 그토록 고통스러웠는지 몰랐고,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나는 다시 그리움의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붉은 사랑이 점차 푸른 그리움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그리움은 내 마음속의 깊은 강을 흐르며, 그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을 찾고자 한다. 이 선택은 단순히 직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다. 내 마음속의 복잡한 감정들은 나를 더욱 억누르고 있었다.



사랑과 그리움, 그것들은 언제든지 내 마음에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백지에 나만의 색을 채워야 한다. 청량한 물결처럼 흐르는 색이 내 마음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의 상처는 여전히 아프지만, 그 아픔을 품고 나아가려 한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내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과거의 그림자가 나를 따라다닌다.



나는 이제 새로운 여정에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과거의 나와 결별하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나의 색깔이 드러나고,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 글이 나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시점이기를 바란다. 내 색깔로 세상을 채워가며, 비로소 나다운 나를 찾을 수 있기를. 그 길 위에서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삶의 모든 감정이 모여 나를 이루고, 그리움마저도 내 일부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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