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엽시계 May 08. 2022

법 없이도 살 사람?

더 퍼지 The Purge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살다 보면 정말 답답할 만큼 착한 사람을 볼 때가 있다.

그 사람은 모든 이에게 친절하고 성심을 다해 주위 사람들을 대가 없이 돕기도 한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늘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런 사람을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우리 동네 우리 가족이 20년 넘게 단골로 이용하는 정육점이 있다.

사장님은 아주머니신데 친절하고 시원한 성격에 인간적인 면을 갖추신 여걸이시다.     


그분의 남편분이 얼마 전 돌아가셨다.

남편분은 외모부터 정말 착하게 생기셨다.

얼굴에 “나 착해요”라고 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분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졌다.

성격도 얼마나 착하신지 사람이 저렇게 착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아내가 언젠가 사장님 한테 이야기했다.

“아저씨 정말 너무 좋으신 분 같아요.”라고 말하자

사장님은 “우리 남편 부처야 부처!”라고 답하셨다고 한다.     

얼마나 착하면 배우자의 입에서 그런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올까 생각하니 그런 사람을 아버지로 둔 그분의 딸이 순간 너무 부러웠다.     



그런데 이 사장님 말로는 남편분이 너무 착해서 문제라고 한다.

이유인즉슨,

아저씨가 사람이 너무 좋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고 당연히 받아야 할 수고비조차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주머니가 받아야 할 걸 왜 안 받느냐 여러 번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단다.

그렇게 사람을 조건 없이 잘 도와주는 그런 분이시다.     

생각해 보니 아내 입장에서는 피곤하기도 할 것 같다.

그래도 그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늘 자랑스러워하셨다.     

지금도 아내가 아주머니한테 아저씨 이야기를 꺼내면 아저씨를 보고 싶어 하며 눈물을 보이신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착한 사람들이 대우받고 존경받아야 할 텐데 현실의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바로 이런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을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심지어 바보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착한 사람을 등 처먹는 사기꾼들도 엄청 많다.


굳이 뉴스에서 들은 내용이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통해 주위를 봐도 착한 사람이 남에게 이용당해 피해를 입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 착한 사람을 쉽게 대하는 사람도 많다.


나부터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는 착해서 화를 안 내기에 그한테는 말을 험하게도 하고..

돈 달라는 말을 쉽게 못 하니 그 사람 돈은 제일 늦게 갚기도 하고..     


당신도 혹시 주위의 법 없이 살 사람을 그렇게 대한 적은 없으신가요?     




그런 착한 사람들 정말 법 없이도 살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정말 법이 없다면 온갖 악의 무리들이 법 없이도 살 착한 사람들  등쳐먹고 사기 치고 그 가정을 파괴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세상에는 바보처럼 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세상은 그런 착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법이 있어서 그런 착한 사람이 남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사기를 당하면 그 사람을 대신해 그 자들을 잡고 벌을 주지 않는가 말이다.

만일 법이 없다면 천연기념물인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은 씨가 말라 버릴 것이다.     




법이 없는 세상은 지옥이다.

물론 법 없이도 모두가 착하게 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일은 없겠만 불행하게도 우리 인간은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이기적인 동물이다.


생존이 아닌 미식(美食)을 위해 다른 동물의 생명을 뺏는 행위를 인간 말고 어떤 동물이 행한단 말인가.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한 “더 퍼지”란 영화가 있다.


그 나라 법에서는 국가가 정한 12시간 동안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

그 12시간은 말 그대로 법 없는 세상인 것이다.

12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평소에 감정이 있는 사람을 찾아가 죽이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이들을 해친다.                    


영화 속의 상상이기는 하지만 법이 없는 현실에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 같았다.     

범죄는 계속 흉폭해지고 점점 삭막해져 가는 현실을 보면 영화 속의 모습이 상상이라고만 느껴지지 않는 게 씁쓸할 뿐이다.     


정말 우리들이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을 조금 더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이전 05화 사이버 세상의 비평가들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