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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그래 May 08. 2022

어버이날에 미안해하는 엄마

- 여보세요 어 엄마

- 네 생일인데 뭐 좀 해서 보내줄까?

- 아니야 괜찮아. 엄마는 뭐 필요한 거 없고?

- 응 나는 너희 밥 잘 먹고 잘 지내면 돼


5월 8일, 어버이날은 내 생일이다. 그래서 매해 어버이날이 돌아올 때마다 전화로 듣는 말이다. 어버이날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그나마 대접받는 귀중한 날이다. 그런 이유로 평소에 효도와는 거리가 먼 자식들도 이날만은 부모님께 용돈 또는 선물을 하거나 ‘사랑한다, 낳아줘서 고맙다'라는 등의 낯간지러운 말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엄마는 일 년에 고작 하루 있는 날도 마음 편히 어버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오히려 뭘 더 해주지 못해서 고민이고 걱정일 뿐이다. 그 원인 제공자는 말했듯이 나다.


나라는 아이를 낳고부터 5월 8일은 어버이에 대한 감사를 받는 날이라기보다 아들 생일 케익을 사줘야 하는 날이었던 거다. 그리고 오히려 뭘 더 해주지 못해 항상 고민이고 걱정인 날이 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은 아니긴 하다. 내가 고른 날이 아니었고, 내 의지와는 무관했다. 그러나 내 잘못은 커서도 5월 8일이라는 날을 떠올릴 때, 어버이날에 엄마에게 무얼 해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여전히 ‘내 생일 벌써 다가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머릿속 사고 흐름어느순간부터 [5 8 = 어버이날   생일]이라는 으로 자연스럽게 성립됐던 것이다. 심지어 엄마의 사고 흐름도 나와 같다는 점이다. 어버이날이라는 날에 의미를 두는 것보다는 내가 태어난 날에   의미를 둔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어버이날에 전화하기 며칠 전부터 전화를 걸어 ‘ 생일인데   해서 보내줄까?’ 하는 식의 말을 한다.


좋은데 슬프다. 갈수록 미안하고. 못난 아들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이조차도 내 체면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의도치 않게 불효자가 된 기분에 약간은 억울하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부족한 아들임을 스스로 인정한다.


가족 단톡방에 엄마가 사진을 한 장 보냈다. 안마기를 매형한테 선물 받으신 모양이다. 그 사진에 대한 답으로 매형이 말씀하신다. “현금 드리면 안 쓰고 모아만 놓으실 것 같아서 일부러 물품으로 골랐어요ㅎ”라고.

또 한 대 맞은 느낌이다. 현금을 줘봤자 자신한테 안 쓰고 모으기만 하는 걸 나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좋아할 만한 걸 사줄 생각은 안 하고 돈으로 드릴 생각만 했다.


자식들보다도 엄마를 잘 챙겨주시는 매형이 있어 다행이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아직 난 멀었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난 언제쯤 5월 8일이 돌아오면 나보다 엄마를 더 생각할 수 있을까. 그보다 엄마는 언제쯤 어버이날에 나보다 자신을 더 생각하는 날이 올까.








브런치 매거진, 차차(茶茶) 좋아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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