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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Aug 27. 2023

한스 형님을 만나다(feat. 네버슬립)

 나는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했다. 대충 2019년 부터 프리랜서 프리랜서 말하고 살았으니 무려 4년만이다. 4년만에 행동에 옮긴다. 뒤는 없다. 굶어 죽더라도 나의 구멍가게에서 마음 편하게 굶어 죽으리라.


 한스 형님은 2016년부터 알게 된 인연이다.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만났다. 솔직히 둘 다 결혼 후 예전처럼 출빠하지 못했기에, 특별히 연락을 주고 받지 않는 서먹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나와 생일이 같다. 같이 활동할때는 "생일이 같으니 일년에 한번은 무조건 연락할 인연이네요!" 했다. 그렇게 안되더라. 미안합니다...


 스윙 동기 형님들은 대부분 장난이 넘치는 개구쟁이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한스 형님은 그 중에서 돋보일 정도로 진중했고 업 또한 기술 영업직이었으며 전형적인 공대오빠 이미지였다. 하지만 과거 사진 보면 해외에서 세상 힙하게 찍은 장발 사진도 있고 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형이었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일단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다. 4년간의 대학교 과정 중 유일하게 기억하는 교훈은 단 하나다. 양정식 교수님의 "저질러보기".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덜컥 선언하고 회사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2~3년 전부터 회사에서 독립하여 사업체를 꾸려나가고 있는 한스형님이 떠올랐다.

https://brunch.co.kr/@never-sleep

 평소 연락도 안하는 주제에 필요해서 연락했다. 보통 사람은 부끄러워서 안그럴법도 한데 그냥 했다. "저질러보기" 했다. 형님 저 프리랜서 할건데 이래저래 막막합니다. 얼굴 한번 보고 싶습니다. 다행히도 형님은 흔쾌히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커피나 한잔 하자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사무실을 차려보고 싶다

 열심히 달려 김해에 도착했고 형님과 두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소중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


1. 증오에서 벗어나라

 최근 나는 증오의 군주 메피스토였다. 4월 쯤 다니던 직장에서 시기적으로나 명분으로나 역대 최악의 반강제 퇴사를 당했다. 그 회사에서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었기에 특히 억울했고 아내의 출산과 맞물려 우울증 비스무리한것 까지 찾아왔었다.


 형님은 내 상황을 듣더니 부정적인 기운은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온다. 증오에서 벗어나라고 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사람은 그릇된 판단을 하기 쉽고, 사기꾼들에게 당할 확률이 가장 높다. 심플하면서도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다.


2. 컨설팅은 신중하게

 제로베이스에서 프리랜서를 하려니 막막하다. 8년간 해온 마케팅을 하며 종국에는 글쓰는 일로 생계를 꾸리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컨설팅 등을 너무 덜컥덜컥 받지는 말라고 했다. 실제로 엄청난 비용을 들여 과감하게 받은 컨설팅이 수준 이하인 경우가 너무 많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바이럴이나 블로그, 간단한 이미지 작업, 카드 뉴스 등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유료 강의나 컨설팅을 듣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가능하다면 무료로 해결하고 진짜 확실하게 알아보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3. 운동해라, 루틴해라

 30대 중반 이후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몸을 만든다는 개념이 아니라 노년의 건강을 적금 넣는다는 생각으로 조금씩이라도 해라. 나는 작년 이맘때쯤 스쿼트 중 허리가 박살난 후로 운동을 거의 접다시피 했다. 자연스레 체중도 다시 불어났다. 나이키 런클럽 어플을 깔고 아침 달리기를 다시 슬슬 시작해야겠다.


 따로 글로도 쓴적이 있는데 아침에 3km / 20분의 달리기는 진짜 기적같은 아침을 만들어 준다. 내일부터 즉각 실행한다.

https://brunch.co.kr/@taimiz11/31

 나는 프리랜서는 아니지만 재택 근무는 해본적이 있다. 자유가 주어지면 사람은 눕고 싶어진다. 특히 어딘가에 속박되어 있지 않은 프리랜서에게 있어 자유는 가장 소중한 가치이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링컨은 말했다, 나무를 자르기 위해서 6시간이 주어진다면 4시간은 도끼를 갈아야 한다고. 루틴하자.


퇴근길(?)에 발견한 하늘

 만남을 마무리 하고 차에 타려는데 주차장 밖으로 보이는 김해 하늘이 정말 찬란했다. 솔직히 막막하고 무섭다. 하지만 무서워하지 말자. 인성 바르고 성실한데 굶어 죽기야 할까. 일본 전산의 나가모리 사장은 신입 사원을 뽑을 때 밥 빨리 먹고 똥 빨리 싸는 놈을 뽑았다고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저 찬란한 하늘이 나의 미래라고 생각해보련다.

선물로 받은 맥주

 집에 와서 아이를 재우고 형님이 선물로 주신 맥주를 한잔 마시고 잤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형님이랑 소주한잔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둘다 갓난쟁이 육아를 해야 하는 운명이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싶다. 화이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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