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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자녀 디자이너 Jan 28. 2024

300 vs 360

서울의 아파트

600년 전 한양도읍 이후 꾸준한 확장을 해온 서울은 인구 천만의 도시이다. 전체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중국이나 인도의 대도시들과 견줄 만 하지만 출산율 저하와 서울 집값 급등에 따른 인구 이탈 현상으로 현재 통계청 홈페이지 자료상 서울의 인구는 9백만대로 감소하여 2023년 세계 도시 인구 순위 31위로 내려간 걸 알 수 있다. (2021년은 21위, 면적 순위는 세계 50위)


조선 건국 당시 한양(서울)이 수도로 선택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우선 위치가 국토의 중심이고 (남북 합친 한반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강이 흐르고 있어 당시에 세금을 쌀이나 옷감등의 물류로 받았으므로 육로나 수로 모두 교통이 편하며, 또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외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좋았고, 주변에 넓은 평야가 있어 도읍으로 적합했다고 한다. 물론 새로운 나라에서 새 정치를 하고픈 자들은 개경에서 수도를 옮겨 과거를 청산하고자 하는 바람도 다.


18세기 서울의 모습을 그린 '도성대지도'(좌)와 과거 한양 도성 (븕은색)크기 비교.(우)


한양을 선택했던 1400년대 기준과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교통을 꼽았던 한강은 수로로 이용되기보다는 대도시 인구에게 물을 공급하는 수원지와 도시의 숨통 터주는 경관의 가치가 훨씬 크고, 사방이 높지 않은 산으로 둘러싸인 점 역시 현대의 첨단 무기 앞에선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당시 20만 명으로 알려진 인구가 살기에 충분히 넓었던 평지는 근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차고 넘쳐 4대 문 밖으로 확장된 지 오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가장 크고 인기 있는 도시로 주택가격이 점점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결국 부동산 왕국이 되었다.


자연에서 온 인간은 언제나 자연을 동경하지만 모여 사는 도시 생활의 강점을 잘 안다. 인간은 다수가 모여 군집생활을 할 때 생겨나는 다양한 직군의 서비스를 누리기 원한다. 부작용으로 사회문제와 질병이 발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면서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나아가서는 인류의 경쟁력이 된다. 신대륙 원주민의 80% 이상을 죽였던 세균에 대한 유럽인들의 면역력을 배양하고(총, 균, 쇠 참고) 취업과 짝짓기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남녀가 도시로 모여드는 현상은 거대 인구를 가진 대도시의 힘이다.


광역 교통망과 물류의 발달, 재택근무와 가상공간 메타버스의 등장 등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지난 600년 동안 그러했듯이 현재와 미래에도 이 서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일 것이고 결국 한정된 자원인 부동산의 가치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왼쪽 백악산과 우측 멀리 롯데타워 사이로 종로구 익선동이 보이는 펜화  <안충기의 펜화서울도감>


재건축을 해야 하는 서울

우리나라의 주택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짓는다. 인장력이 강한 철근과 압축력이 강한 콘크리트의 특성을 결합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는 매우 튼튼하고 수명도 통상 100년 이상으로 보며 철근 없이 콘크리트만으로 지은 건물은 내구연한을 더 길게 본다.(콘크리트와 석재로만 지은 고대 로마의 건축물은 1천 년이 넘어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철근 배근을 빼먹는 등의 부실시공과 더불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또 다른 사정'에 의해 아파트의 수명을 30~50년 정도로 후려치는 경우가 많다.


'경축 정밀 안전 진단 통과'라는 현수막이 그 아파트가 구조적으로 안전한 게 아닌, 정 반대의 뜻이란 것은 이제 모두가 다 아는 상식이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이 낡고 병들어 사라지는 것이 슬프지만 서울에서 아파트만큼은 시한부 사망 선고를 받으면 축하를 받는다. 마치 현세를 초월한 종교의 경지에서나 가능한 소리 같지만 아파트를 허물어도 주인들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새 아파트를 다시 지으면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이야기이고, 그것은 자연의 이치보다 우선하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과 시장경제의 논리로 벌어지는 희한현상이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관하여는 TV 에서도 문제점이 자주 다루어졌다.


아파트 재건축이 결정이 되고 나면 조합이라는 이익 집단이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그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생기고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는데 모든 것은 아파트 세대를 이루고 있는 조합원들의 민주적인 투표로 이루어진다. 조합장 선거부터 사업에 있어 중요한 사안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갈등이 생겨나는데 결국 조합원 모두에게 1표의 투표권을 주어 결정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생겨난다. 투표로 결정된 조합장과 이사라는 정치인들이 나타나 조합이라는 이익집단을 이끌어 간다.


조합은 대규모 사업을 집행하는 시행사와 조합원의 권리를 민주적으로 반영하는 정치집단의 성격을 모두 지닌다.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우리나라 땅에 건설되는 모든 건축물은 대한민국의 건축법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건축법은 건물을 짓는 건물주(조합)를 위해 존재하는 법이 아니다. 건축법은 건물주가 자기 마음대로 건물을 짓지 못하게 규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건축물이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인 경우에는 건축법 이외에도 주택법도 따라야 한다. 빈 땅이 아닌 구도시를 개발하는 경우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따라야 하고 대지의 상황에 공공 와 개인의 권리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특별법과 하위 법령이 존재한다.


재건축 민주주의의 허실

앞글에 소개했던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 선생님의 '공공재' 같은 소리를 만약 조합장 선거에 나와서 한다면 아마도 100% 낙선할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는 획일화와 표준화가 되면서 화폐의 특징을 갖췄다. 위에 언급했듯이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개발하는 것은 아파트가 꼭 구조적으로 위험해서가 아니다. 재건축을 하는 그 '다른 사정'이란 것은 아파트를 이미 '화폐'로 보는 인식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재개발 현상설계 공모 홍보 부스의 외부(좌)와 내부의 모습. 건축 설계사들이 수주 실패의 위험을 떠안고 자비로 만든 것이다.


사업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대형 프로젝트 설계비에서 이익률을 10%라고 봤을 때 설계사는 현상설계 수주 쟁탈전에서 이미 이익의 상당 부분을 미리 쓰고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많은 인력과 CG, 동영상, 모형 제작에 필요한 수천, 수억의 외주비를 투입하여 공들여 계획안을 만들어 제출을 했음에도 그게 경쟁의 끝이 아니다. 그 이후에도 단지 인근에 조합원들이 쉽게 와서 구경할 수 있는 계획안 홍보 부스도 만들어야 하고 홍보기간(약 1개월) 내내 홍보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 마치 선거를 치르는 것과 견줄만한 이 모든 출혈을 설계사들이 자비를 들여서 수행해야 하고 이긴 사람만이 투자금을 설계 용역을 통해 회수할 수 있다. 이러니 다들 목숨을 걸고 총력을 기울일 뿐 아니라 합법, 편법 가리지 않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 혼돈의 장되곤 한다.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도 일단 최대한 유권자의 희망회로를 돌리고 개개인의 욕구를 가득 채워 준다고 유세를 해야 표를 주는 민주주의는 허점이 많다. 거짓된 공약에 대한 처벌이 없는 정치판과 마찬가지로 재건축도 현상설계 단계에서부터 마치 구애를 하듯 온갖 달콤한 조건들로 조합원을 유혹을 한다. 공모지침이라는 주어진 법규칙도 설계 업체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 의미가 옅어진다. 인허가권자의 재량이 비교적 큰 건축사업의 특성을 활용하여 조합원들의 집단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포장을 해서라도 일단 '당선'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화려한 모형과 CG로 휘감은 재건축 현상설계 선거판에는 잠재적인 거짓이 욕망을 자극할수록 유리하게 돌아간다. 


300 vs 360. 같은 현상 설계이지만 용적률이 차이가 나는 경쟁 안 (용적률은 지상에 짓는 아파트 세대의 면적을 한정하는 중요한 숫자이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어떤 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려면 하나하나 따져보고 사실을 검증해야 하는데 누가 가만히 떠 먹여 주지 않는다. 더욱이 건축 설계라는 전문 분야의 용어들을 이해하려면 시간을 들이고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건 아파트뿐만이 아니다. 판단에 자신이 없는 고령의 많은 사람들이 결국 목소리 큰 사람, 혹은 평소에 친분이 있는 사람을 믿고 따라간다.



뿌리 칠 수 없는 욕망의 그늘.

이렇게 무리한 희망회로를 돌려 조합원들의 욕구를 꽉꽉 채워준 계획안이 당선이 되면 남은 것은 험한 가시밭 길이다. 위에도 썼듯이 건축법 포함 다양한 특별법과 고시, 시행령등을 근거로 하는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는 이유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과도한 욕심을 품고 있을수록 인허가가 어려워지고 수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되는데 결국 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직접 표를 던진 조합원 들이다. 설계사들도 무리한 출혈경쟁을 하며 수주전에 뛰어들 때에는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 변경비'를 업계의 관행처럼 당연시하는데 그 비중이 상당하다.



그렇게 어렵게 인허가가 최종 통과 했더라도 결국은 예상을 초월하는 공사비 문제가 남아있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건축비용은 과거 아파트 단지와는 비교할 수준이 못된다. 이미 과하게 그려놓은 시설들뿐 아니라 재건축 진행에 소요되는 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당연히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도 만만치 않게 된다. 그렇다면 설계 공모 당시의 예상보다 조합원들의 부담이 너무 커져서 사업이 망가지는 게 아닐까 염려되지만, 그동안 대한민국은 폭등한 부동산 시세가 이를 보상해 주고도 남았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다. 따라서 재건축 사업은 언제나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개발 방향보다는 늘 특별하고 고급스럽다는 말에 더 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 눈덩이처럼 커진 사업비, 막대한 돈은 결국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



여전히 높은 아파트 시세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갈등으로 최근 시공사와 조합간 소송전이 속출하고 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고 당연히 집값도 오를 테지만 그것은 건물의 잔존가치가 남아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집의 물리적인 수명이 다해 땅 값 이외의 모든 부동산 가치가 모두 소멸되는 시점에 재건축을 해도 부가가치가 생겨 조합원들이 공사비를 감당할 수 있으려면 아파트의 밀도를 더 높여서 지어야 한다. 바로 이글의 제목의 숫자, 용적률이 관건이다.


300 vs 360 이냐 가지고도 이렇게 첨예한 현실에 그 숫자를 무한정 올릴 수가 없다. 물론 초고층 빌딩을 마구 짓거나 장벽처럼 사방이 둘러싸인 아파트를 짓는다면 용적률을 더 올릴 수 있다. (서울 중심 상업지역 용적률은 1000%, 부산은 1300%이다. 그러나 이는 유동인구가 폭발하는 업무시설, 상업시설이 밀집한 Down Town 지역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인간은 볕이 들어오고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집에서 살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포유류인 인간이 마치 벌이나 개미처럼 밀도를 높여서 더 가까이 붙어사는 예는 홍콩에 가면 볼 수 있다. 중국사람들은 인간의 한계는 정말 끝이 없음을 다양한 분야에서 보여준다. 중국인은 하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서울은 홍콩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을 한번 보자.

일본은 80년대 최고의 경제 호황을 맞이하면서 한국 보다 먼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나라이다. 우리가 개발 도상 국가이던 시기부터 성장이 10년 이상 앞서 가던 일본의 흐름을 보며 한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견해가 많았다. 상상을 초월하던 부동산 폭등에 이은 15년간의 걷잡을 수 없는 폭락, 저성장,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초식남의 출현, 인구 절벽과 고령화 등 현재 한국에서 점차 드러나고 있는 현상은 점차 일본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일본은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된 주택이 많다. 이는 당연히 지진 때문인데 건물 붕괴에 따른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짱구의 집도, H2의 히로나 히데오의 집, 슬램덩크에 나오는 채치수의 집도 높지 않은 2층집 목조 주택이다. 일본의 초고층 아파트인 타워 맨션(일본에서는 아파트를 맨션이라고 부른다.)은 엄청난 내진설계를 해야 할 것이고 따라서 평당 공사비가 매우 비싼 건물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 지진이 세게 오는 건 상상하지 말자.


일본은 부동산 거품 붕괴가 일어나자 지가가 하락하고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던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모여들어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형적인 목조 주택뿐 아니라 고층 주거에서 사는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이 시기에 더 이상 폭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동산 투자자들은 과거에 자산증식 개발(Capital Gain) 위주로 개발하던 사업 방식에서(서울 강남 아파트들을 보는 듯) 수익 창출 개발(Incom Gain)로 전략을 바꾼다. (Income gain 은 금융상품에서 얻는 이자 및 배당 수입을 말하며 부동산의 경우는 운영, 임대료 등 , 캐피털게임과 반대되는 용어임.)


2000대 초에 지어진 일본 최고가 맨션 롯본기 힐스 레지던스와 야경으로 명소가 된 토기와바시 타워 2021년


따라서 임대와 운영, 관리, 유통 서비스의 관점에서 도시를 기획, 개발하고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하여 수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키웠고 결국, 버블 경제의 붕괴가 가져온 일본 경제의 위기는 오늘날 동경의 대형 종합 디벨로퍼들이 '스스로 도시를 만들고 나아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막강한 경쟁력'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럼 서울의 미래를 떠올려 본다면 어떨까?

끝도 없이 값이 치솟는 서울 아파트 특히 강남 재개발 아파트들은 일본 버블 시절 추구하던 캐피털 게인의 끝과 비슷한데. 만약 이것이 곤두박질친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개발 전략을 바꿔 대응할 수 있을까? 일본은 아파트 주거의 비율이 한국에 비해 높지 않다. 한국은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 빌라의 공동주택 형태가 80% 이지만 일본은 단독주택의 비율이 60%로 오히려 공동주택 비율이 낮다. 따라서 일본은 고밀화 개발, 이른바 Compact City로의 전환할 여분의 용적률을 충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미 부동산이 안정되었다. 그러나 서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한국의 도심 재개발도 일본을 거울삼아 지역과의 상생, 그리고 재개발 이후 또 50년이 지난 시점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서울 강남 등지에 진행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전용면적의 약 10%에 가까운 면적이 각종 부대시설로 채워져 있다. 단지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안에서만 여가 생활을 보낼 수 있을 만큼 독립적이고 폐쇄적으로 계획된 대규모 단지는 당연히 거주민들의 관리비도 만만치 않다. 주변 근린생활에 소비되어야 할 많은 재원이 아파트 건립과 관리비로 흡수된 셈이다. 물론 근생시설 이외에 기부채납 형식으로 공원이나 공공시설을 건설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으나 대규모의 단지 주민 이외에는 접근 자체가 어렵도록 계획된 경우가 많다.


또한 이렇게 고급화된 아파트 단지는 일정 이상의 월 수입이 유지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관리비 부담에 거주 자체가 쉽지않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 눈만 뜨면 오르는 아파트 가격으로 저절로 소득생기는 효과를 보던 시절엔 생활이 빡빡해도, 빚을 지게 되더라도, 최고의 시설에서 프리미엄을 누리며 살아도, 미래가 불안하지 않았다. 모두 그 가격이 버블이라고 믿않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일본처럼 상황이 바뀌어 부동산 시세가 곤두 박질 친다면? 거기에 더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설도 점차 낡아서 단지의 절대적인 가치도 같이 하락하고 유지 보수비도 점점 증가하는 그 비싸고 밀집한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미래는 별 관심이 없다. 연로한 조합원들은 미래가 많이 남지 않았고, 보다 젊은 조합원들은 낡기 전에 좋은 값에 팔고 떠나면 그만이란 생각을 한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 손에 미래가 려있는 셈이.


다음글 '엘시티와 시그니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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