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
내가 죽으려고 생각하던 건
세상은 계속 몰아치는 파도
햇빛은 눈동자를 빗겨가고
부돗가에 울고 있던 갈매기
흙의 생기는 없어진 지 오래
나뭇잎도 바람을 무서워해
녹슨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들
인터폰이 울려대는 목조 건물
벌레의 시체만 쌓여가는 터전
신발끈이 풀려버린 어린이들
보이는 건 작은 모니터 하나
자그만한 소음에 긴장해버려
나를 바라보던 소년들의 걸음
군화소리로 바뀌어 기사가 돼
칼을 휘두른 소리는 울음소리
어른들이 돈키호테가 되라며
부추기던 텔레비전의 선전들
차갑게 살아야 한다고 외쳐
내가 죽으려고 생각하던 건
세상은 아파지고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적을 만들고서
모두가 귀를 틀어막고 싸워
바뀔 수 없을 것 같아, 무서워
오늘과 내일에 고개를 돌려
그럼에도 바라고 있다는 건
세상을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따스함을 나눠주는 누군가가
아직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에 자그만한 웃음을
진지한 것들에 대한 틈을 만드니까
난로 앞에 모인 사람들
어디로도 떠나지 않았던
항구에 홀로 서 있는 등대
배들은 점차 모여들고 있어
채워짐에 대한 기쁨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와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
아직이라는 말을 알았으니까
사람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걸
이제서야 알아버리고 울었으니
나와 같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씩 웃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