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연재 Mar 17. 2020

텀블러


한 뼘 남짓한 작은 컵
자태는 뻣뻣하니 검고 희다.
속을 내려다보면 알싸하게 차다

캐모마일 차 한잔 담으니
개나리가 자라난다
라벤더 잎을 뿌리니
팬지꽃이 싹을 핀다.

콧속이 건조하여 갖다 대니
수증기가 젖은 흙내음으로 코를 감싸네
옆에 있던 내 선인장이 샘을 내자
노래지는 선인장의 가시를 살찌게 매운다.

텀블 텀블 잘 굴러도 담은 넘어가지 않고
달콤한 헤이즐넛 커피를 담아내니
타자 치는 소리가 한결 경쾌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2020년 '울라이'라는 우주가 사라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