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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Mar 17. 2020

텀블러


한 뼘 남짓한 작은 컵
자태는 뻣뻣하니 검고 희다.
속을 내려다보면 알싸하게 차다

캐모마일 차 한잔 담으니
개나리가 자라난다
라벤더 잎을 뿌리니
팬지꽃이 싹을 핀다.

콧속이 건조하여 갖다 대니
수증기가 젖은 흙내음으로 코를 감싸네
옆에 있던 내 선인장이 샘을 내자
노래지는 선인장의 가시를 살찌게 매운다.

텀블 텀블 잘 굴러도 담은 넘어가지 않고
달콤한 헤이즐넛 커피를 담아내니
타자 치는 소리가 한결 경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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