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실패 아닌 성공, 을지로 청년 류제국
inside this episode
브랜드를 생각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던 것 같아요. 더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니치' 전략이 필요했어요.
이 에피소드는 11편과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식부름 지나입니다.
지난 편에는 건물의 변화기부터 <을지로 갤러리의 시작과 끝>를 독자님께도 소개해 보았는데요. 이번 편은 류제국의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졸업 후 일년을 창업씬으로 발을 내디뎠던 제국은 그간의 경험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지난 기록을 꺼내 보며 성공으로 한층 다가갈, 근황을 들어볼게요.
연말에 마음이 복잡해지더라고요. 당장 하고 싶은 거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하면서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서 앞으로 계획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어요.
작년에 갤러리를 오픈했는데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시작하느라, 건물을 고치는 데에만 꼬박 두 달이 걸렸어요. 오픈하고 이제 시작인가 했더니, 걸린 액자가 떨어지면서 작품 값을 다 배상했죠. 롤러코스터 같았어요.
제 동기들을 보면 어디 직함으로 소개가 돼요. 근데 제게 '제국이 뭐 해, 제국이 형 뭐 해', 하면 정말 제 색이라는 게 있나 고심이 됐죠. 사업가, 창업가였지만 사실 하나부터 열까지 변수의 연속이었거든요.
마무리 할거 딱 정하고 나니, 올해는 정리가 좀 되고 있어요. 일단 딱 세 가지만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하나는 건축기사를 따는 거구요. 제가 경희대 토목을 나왔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는 다른 공간 위탁운영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세 번째는 이 유휴 공간을 다시 어떻게 살릴까 하는 거예요. 갤러리는 끝이 났지만, 다른 준비도 해볼 거니까요. 마지막은 긴 이야기가 될 거 같네요.
그렇죠. 지나 님을 만나서 그 매듭을 짓는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전 졸업하자마자 청량리로 넘어왔어요. 1월에 경희대 네오관에 사무실을 잡고 패션 브랜드 창업을 했죠.
이름은 아워니스예요. 아워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뜻이었죠. 우리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뜻하고요. 첫 시즌은 바다라는 테마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근데 그 과정들은 만족스러웠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실패였어요.
브랜드를 생각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던 것 같아요. 더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니치' 전략이 필요했어요.
예를 들어, 올버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한 신발'로 유명한데요. 그를 고객으로 둔 올버즈는 나스닥 상장도 했어요. 그가 환경에 많다는 게 유명하고, 그를 따라 브랜드를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죠.
좋은 스토리는 어떤 걸까요? 아워니스를 만들면서 옷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서 대학 축제 때 신진 작가분을 초청했어요. 함께 팝업을 열고 옷이 팔릴 때마다 옷에 그림을 그리거나 바지에 물감을 뿌렸어요. 콜라보였죠.
근데, 이거 퍼포먼스로는 반응이 좋았지만, 실질적 판매는 안 됐어요.
만일 저희 브랜드를 뉴진스가 입었으면, 누구라도 샀겠죠. 근데 둘 중 하나는 유명해야 하는데, 그때 저흰 둘 다 안유명해서 임팩트가 약했던 거 같아요. 브랜드의 색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장치들이 더 필요했어요.
강한 부족을 만드려면, 우선 다른 부족과 확실한 구별이 되어야할 거예요. 서로간에 울타리를 쳐서, "우리는 여기에 있으며, 다른 부족과는 다릅니다"라고 선언해야 해요. 그런데, 저흰 다른 부족과의 차별점이 전혀 없었죠. 고객들에 브랜드를 명확히 인식하게 하고, 고객들이 강한 연대를 느끼는 게 앞으로의 핵심일 거 같아요.
공간은 위치와 시설이 매우 중요하죠. 하지만 그걸 개선하고 유지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요. 만약 저에게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자신감과 경험이 있다면, 투자를 통해 공간을 살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경험이 부족한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신중하게 고민하는 시기예요.
창업 동아리 회장을 동시에 했는데요. 그 역할을 맡으면서 부원들에게 노코드와 자동화를 가르쳤죠.
웹사이트나 앱개발은 필수적인데, 창업 동아리 회장으로서 개발자 없이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노코드 개발을 배우고 가르쳤죠.
(b) 둘은 언제 필요한건가요?
자동화는 일상적인 업무, 예를 들어 메일 보내기나 채팅하기 등에서 협업 툴을 효율적으로 연결해주고, 결제 후 알림과 같은 일을 자도화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요. 사실 제 개인적 필요에 의한 것도 있었죠.
저는 노션과 옵시디언을 사용해요. 노션은 프로젝트별로 정리하기 좋고, 옵시디언은 신경망처럼 생긴 연결구조로 정리가 잘 되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 툴을 통해 어떤 결과로 이을 건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죠. 툴 자체보다 툴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집중해야 해요.
같은 생각의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었어요. 그리고 동아리 회장이라는 직함이 주는 신뢰감도 사업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전 경험들은 제가 팀을 이해하고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그후, 저는 미술 유통 플랫폼을 친구와 함께 공동창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없었죠. 하지만 학교 축제때 신진작가분과 콜라보 행사를 해보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안 주목할 요소를 느꼈죠. 그래서 이 대상으로 그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시작이었어요.
신진 작가로 개인전을 열기 위해서는 2-3백만 원이 든다고 했는데, 저희는 무료로 공간을 제공했어요. 모집에는 4:1의 높은 경쟁률이 있었죠.
시작하기 전에, 인사동 부근의 갤러리에서 달항아리 그림을 샀었어요. 작품에 담긴 의미도 좋았어요. 하지만 제가 구매한 가장 큰 이유는 그림 자체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이었죠.
구매하고 나니, 그림의 실체성이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공간을 열기로 했죠.
아니요, 그럴 정도의 자본은 없었어요. 사용한 건물은 시행사 대표님 소유였고 일부 임대가 이루어진 상태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당했지만, 40장짜리 기획안을 만들어 매출을 창출하겠다고 설득했죠.
저는 확신을 보여드렸어요. 간절함보다는 실질적인 계획으로 설득했어요. 대표님은 욕심이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셨고, 저는 욕심도 많고 시간도 충분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저희는 직접 페인트 칠하고 목수 일도 했어요. 필요한 자재들은 여러 곳 돌아다니며 최저가를 찾았고, 갤러리이기 때문에 외부 공간도 막아야 했어요. 환풍기도 다시 설치했구요. 합판을 사 와서 재단을 하고, 납땜을 하기도 했어요. 모든 과정에서 친구들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 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첫 번째로, 의사결정에서 가장 큰 갈등이 발생한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특히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죠.
이때 핵심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는 거예요. 제품이든, 팀 문화든, 체계든, 풀 문제의 순서를 경영진이 잘 알고 있어야 해요.
두 번째로, 100%의 신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을 무조건 믿는 것이 중요해요.
서두르지 말아야 해요.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봐야 하는 거 같아요. 함께 뭘 할 수 있는지 나누고 나면, 늘 제가 시키는 것 이상으로 하거든요.
(b) 신뢰에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믿어야 해요. 레퍼런스 체크도 중요할 거지만,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 토대 이후는 믿어야죠.
(b) 다른 사람들이 제국님을 믿어주는 것도요?
네. 제게 공간을 주시는 분들이 꼭 계속 저랑 하실 이유는 없거든요. 저를 믿어주시는 거죠.
(b) 실행을 방해하는 걸림돌은 무엇일까요?
제 자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어요. 여러 일을 벌렸지만, 목표가 명확해지면서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제 제 자신만 흔들리지 않으면 갈 길 갈 거 같아요.
(b) 미래에 은퇴할 때 남길 퇴임사를 써 본다면?
지금은 놀 시간이 아니에요, ㅎㅎ.
저는 계속 일하고 싶어요.
(b)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명언이 있다면?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완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느껴요.
98년생이거든요. IMF때죠. 제국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제'가 건널 '제'나 구할 '제', 나라를 구하라는 뜻과, 나라를 건너서 더 큰 일을 하라는 뜻도 된대요. 게다 성이 '류'씨라, 영어로는 New empire라고 하는데, 이름 따라 살려고 합니다. ' 제국을 만들어라 ' 말이죠.
누군가는 처음 해보는 걸 두려워하겠지만, 처음 해보는 게 가장 쉬운 거 같아요. 거기까진 정말 자신감이 생긴 거죠. 아무것도 모를 때에도 부딪혀야 한다는 걸 터득한 거 같아요. 건물 하나 공사는 그래야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 몰라서 안 한다는 것보다 관심이 없어서 안 한다. 가 맞는 거 같아요.
이번 에피소드는 11,12편 <류제국>의 이야기로 막을 내립니다. 처음으로 2편 연속 한 분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는데요. 에피소드에 먼저 초점을 맞추면서, 이 친구가 가진 기질과 특성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더 이상 <갤러리>는 아니지만,
25살 청년의 을지로 여정 어떠셨나요?
꿈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의 가치와 함께, 사람들과의 소중한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시간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패담이었지만 막막하지만은 않았던 거 같아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긍정의 힘을 찾아내며 진정한 의미를 찾는 과정이었으니까요.
제국은 갤러리 운영에서 패션 브랜드 창업, 제로 웨이스트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하며, 추진력을 더해왔어요. 각각의 실패가 새로운 시작점이 되고, 이런 실패는 우리에 담대한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돼주곤 합니다.
시간이 지나 보면, 실패조차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교훈이 되는 것 같아요. 삶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느냐도 정말 중요하구요.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의 때는 언제였나요?
그리고 더 나아가게 한 교훈은 어떤 것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