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4일 금요일
필라델피아 날씨: 살짝 안개 낌, 더움.
내 마음의 날씨: 마른하늘에 천둥번개
난소 상태를 체크하는 날.
7월 29일부터 8월 9일까지 생리 유도제를 복용했고, 8월 12일(화)에 생리가 터졌다.
예전에 한국에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는 1주일 뒤에 터지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예상보다 빨리 생리가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미국약은 뭐가 쎈가?
난임 병원에서 오늘 아침 예약을 잡아줘서 갔다. 그러나 오늘 나는 초음파를 보게 될 줄 몰랐다.
어? 이렇게 많이 생리혈이 나오는데 초음파를 봐야한다고? 심각하게 거부반응이 들었다. 생리 중엔 하고 싶지 않다고 병원 측에 말해봤으나 거절당했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Paul은 건물 밖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더욱 강력하게 어필하기 위해 Paul에게 전화까지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초음파 검사와 피검사는 'Base Line'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Base Line: 직역하면 '기준점' 정도가 되겠으나 이 상황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기초 검사라는 뜻으로 쓰인 것 같다.
그래도 간호사 로라가 와서 이런저런 위로를 건네주었다. 계속 탐탁지 않았지만 나름 안정이 찾아왔다. 이게 규정이라는데 내가 뭘 어쩌겠는가. 한국에서는 생리혈이 나오는 도중에는 삽입 초음파를 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내 기억이 확실하진 않다.)
어쨌든 이렇게 자주 초음파를 봐야한다니.. 한숨이 나온다.
오늘 초음파를 본 의사는 어린 나이의 여의사였다. 수습이었는지 뒤에 60대 정도의 베테랑 의사로 보이는 남의사가 함께 들어왔다. 여러모로 짜증 나는 날이다.
초음파와 혈액 검사가 별 이상이 없어서 배란유도제를 처방해줬다. 당연히 한국처럼 클로미펜을 처방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페마라를 처방해줬다.
*클로미펜과 페마라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여성들이 먹는 흔한 약이다. 클로미펜과 페마라는 건강한 커플들도 계획임신을 위해 먹을 정도로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는 약이라고 한다.
약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10 (한화 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이 약을 먹고 내 난포가 쑥쑥 예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힘내 줘! 내 난소야!
아.. 기억나. 이날 정말 힘들었지.
평소 병원에서 더듬더듬 말도 잘 못하던 내가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많은 질문을 했던 날이야. 처음으로.
수고했어. 그리고 초음파도 용감하게 잘 받았어.
<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한마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