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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sh Oct 10. 2024

발효의 덕목

모든 익어가는 것들에 부쳐

아침에 한번 쓴 글을 날려 먹었다. 충격은 엄청나지만 초기화를 빨리 할수록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오늘따라 마음에 들게  잘  써지더니 운수대통 좋은 날이다. 그 삘이 날지 모르겠는데 조금씩 기억을 짜 맞춰 복원해본다. 가슴은 울고 있다.


사람은 나이 들며 점점 철이 들어간다. 젊어서는 무지와 낯섬에서 오는 무지막지한 용기와 열정으로 살아가다 그 색이 바래지고 낡아져 어느새 퇴색되고 의지는 꺾여 순한 맛으로 삶에 굴복하고 만다. 삶의 매운맛을 본 어린 소년이 벌써부터 윤회의 속박과 고의 본질인 삶의 굴레를 끊고 출가의 심정으로 길을 헤매다 죽은 고양이에게 다음 생을 빌어주는 대신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빌어주는 장면이 영 인정머리 없는 행동이 아니라 중생의 삶이 안쓰러워 모든 쾌락을 버리고 깨침의 길로 나아간 부처의  마음과 닿아있으리라.  
고통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감추고 포장해서 철학을 가르치지만 어린 시절 교과서의 한 줄 비관론적이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깨침에 중심을 두는 종교를 이제야 이해하는 것이다. 빌런은 없다. 억울하고 약한 영혼의 어리석음이 있을 뿐이다.

삶의 모퉁이마다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쟝르의 모습을 한 일련의 사건들은  사람을 늙어가게 한다. 시간과 역사의 법칙이다. 꺾이고 굽히고 슬프고 억울하고 아픈 모두의 역사는 굴곡의 시간을 완성하면서 그토록 치열했던 독기와 싸울 의지를 뺏어간다.

삶은 단련과 연마의 과정이기에 마모되고 소모되면서 점점 늙은이의 지혜를 배워나간다.
점점 내려놓아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내공이다.

차도 와인도 간장도 익어간다. 풋내나는 시간을 지나 깊고 완성도 있는 맛을 천천 찾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명확하고 땅과 하늘의 기운으로 맛과 향과 색이 빼어난 다른 식물들처럼 비와 함께 따낸 여린 찻잎은 부드러운 감칠 맛이 있고 향이 좋다. 하지만 녹차는 냉한 성질이 있어서 너무 많이 마시면 뒷골이 땡기거나 어지러운 사람도 있다. 발효는 차의 성질을 데워주고 맛의 깊이를 더해준다. 중국차는 토양과 풍토의 영향으로 그런 여린 잎을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커다란 차나무 잎들을 발효시켜 맛이 깊어지게 한다. 발효의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몇 백 년 묵은 고수나무에서 따낸 품질 좋은 차는 맛도 향도 고급지지만 트럭째 마을의 고수나무를 독점 예약해서 고액의 그림처럼 소수에게만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중국의 길거리에서 만나는 차들은 가격에 비해서도 그다지 품질이 좋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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