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Europe
오랑주리는 원래 오렌지를 키우기 위한 겨울 온실이었단다.
이미 나는 거대한 튈르리 정원을 모두 가로지른 뒤였기 때문에 춥고 건조하고 지쳐있었다.
파리는 상상만큼 로맨틱하지 않다.
걷는 곳마다 온몸을 둘둘 멘 사람들에 치인다. 나는 초보 동양인 관광객이라, 내로라하는 관광지에만 존재했고 항상 치였다. 나처럼 지갑 또는 카메라를 몸에 동여 멘 이들 또는 군중 속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배낭들은 언제나 있었기 때문에.
오랑주리가 달랐던 점은 퉬르리정원을 가로질렀다는 거다.
커진 공간에서 나는 좀 덜 뒤척이고, 좀 덜 당황하며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은 단조로웠고, 모네 수련을 보기에는 조금 피곤했다.
미술관은 크거나 요란하지 않았지만 정갈하게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흘러넘치는 이야기들은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로 이뤄져 있어 나는 오롯이 그림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마리 로랑생은 여자다.
지금만큼 혹은 더 가혹하게 드문 '여자'화가. 독보적인 화풍으로 존재하고- 1,2차 세계대전을 가로지르며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지고 사랑했던 사람이다.
이 그림은 코코샤넬을 그린 거고, 정작 코코샤넬은 이 그림이 맘에 들지 않아서 작가 소장품이 되었다고 한다.
“나를 열광시키는 것은 오직 그림이며, 그림만이 영원히 나를 괴롭히는 진정한 가치이다.” - 마리 로랑생
1.
18년 3월까지 국내 최초로 마리 로랑생 전시가 있었다.
https://www.sacticket.co.kr/SacHome/exhibit/detail?searchSeq=30917
인간적으로 예술의 전당 너무 멀어서 갈 수가 없다..
2.
위에 남자 그림은 섕 수틴(chaim soutine)의 그림이다.
마리 로랑생도 쌩 수틴도 모두 과감한 색감을 쓰는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