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지나, 다시 만나는 길 위에서

by 성준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함께 성장한다.


처음에는 작은 생명을 돌보는 보호자로서, 그다음엔 길을 안내하는 조력자로서, 그리고 마침내는 동등한 어른으로서 아이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존재가 된다. 그 모든 순간이 하나 하나 가슴에 품고 살아갈 추억이 된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


그러나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드는 순간,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균열을 경험한다. 함께 걷던 길이 어느 순간 어긋나기 시작하고, 익숙했던 대화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부모는 이해하려 하지만, 아이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부모가 생각하는 사랑과 아이가 원하는 사랑이 달라지는 순간이 온 것이다.


사춘기는 단순한 성장통이 아니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이 관계를 다시 조율해야 하는 변화의 시기다. 부모는 이제 보호자가 아닌, 아이의 독립을 존중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사춘기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적응이 필요한 시간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우리는 사춘기를 지나며 수많은 고민을 나눴다.

어느 날은 아이가 우리를 부끄러워하며 거리를 두었고, 어느 날은 스마트폰과 게임으로 대화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아이가 공부를 소홀히 하면 마음이 조급해졌다.


잔소리를 줄이려 노력했지만, 어느새 또 “엄마 아빠는 다 겪어봐서 아는데”라며 아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실수를 하고, 다시 고치고, 부모도 아이와 함께 배워왔다. 부모도 완벽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아이 역시 그 과정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사춘기란, 아이와 부모가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는 시간

이제 아이는 곧 성인이 된다. 단순히 나이만 차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또 한 번 변화가 일어난다.


사춘기 내내 대화의 문을 닫고 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차 한 잔을 마시며 스스로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다. 부모와 함께 길을 걷다가, 더 이상 손을 뿌리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춘기는 갈등을 통해 더 단단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동안 부모는 조급해했고, 아이는 반항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부모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 대신,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로서 존재해야 한다. 아이는 더 이상 부모에게 무조건 의지하지 않지만, 가장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춘기가 끝난 후에도,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변하지만, 그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부모는 여전히 부모이고, 아이는 여전히 부모의 자식이다. 다만 관계의 형태가 달라질 뿐이다.


이제 아이는 자신의 길을 가지만, 부모가 함께했던 시간은 아이의 일부로 남는다. 부모도 아이를 통해 성장했고, 아이도 부모를 통해 삶을 배웠다. 부모가 곁에서 지켜보며 가르쳤던 것들이 아이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는 그 배움을 바탕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부모는 한때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안내했지만, 이제는 멀리서 응원하는 존재로 남는다. 아이는 때때로 부모가 남긴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갈 것이다. 부모와 함께했던 시간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는 데 있어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


결국 사춘기는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우리는 같은 길을 걷되,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을 배운다. 부모는 한 걸음 뒤에서 아이를 바라보며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준비를 하고,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며 스스로 길을 찾는다. 때로는 걸음이 어긋나기도 하고, 한쪽이 멈춰 서서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간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그 시간이,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성장의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한 사춘기의 가장 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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