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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Nov 01. 2019

우리, 두 번째 만나는 거잖아요.

(연애실패소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4




나도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로 그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나는 마치 그의 메아리가 된 것처럼 그가 나에게 보낸 손길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었다.


그의 손은 부드럽게 내 가슴을 어루만지고 곧 유두를 쥐었다. 나는 여린 숨을 토해냈다. 이윽고 능숙하게 브라를 풀었다. 나의 입술과 혀 사이를 오가던 그의 입술이 이번에는 점차 목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서슴없이 내 가슴으로 향했다. 한 손은 내 왼쪽 가슴을 어루만졌고, 남은 한쪽 가슴은 그의 입 속에 들어가 금세 꼿꼿해졌다. 그의 유두를 만지던 내 손은 그의 배를 어루만지고 그의 지퍼 아래 불룩 솟아오른 물건에 이르렀다. 동시에 그의 유두를 혀끝으로 살살 핥았다. 그도 이번엔 깊은숨을 토해내었다.


이번엔 그의 차례였다. 바지 지퍼를 내리고 불쑥 팬티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읍. 나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그는 손끝으로 정확히 나의 그곳을 찾아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하앍. 신음이 터져 나왔다. 엉덩이를 살짝 들어 바지를 내리려는 손길을 도왔다. 내 손도 그의 벨트를 풀고 그의 팬티 안으로 넣었다. 이미 딱딱해지고 커질 대로 커진 그의 남근이 미세하게 팔딱거리며 뜨겁게 부풀어 올랐다. 그의 물건을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것이 내 몸을 파고들 상상을 하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얼른"


나도 모르게 반말을 해버렸다. 뜨거워진 그 매끄러워진   안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미칠 것 같았다. 더.더 더.


그의 피스톤 운동 리듬에 맞추어 나는 살짝 엉덩이를 들었다. 그러자 더 깊숙한 곳까지 그의 뜨끈한 것이 들어왔다. 내장을 뚫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의 내부는 요란한 이완과 수축을 반복했다. 


그래, 이런 느낌이었지. 온몸의 세포들이 촉수를 곤두세우고 전신의 감각에 반응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도 온몸을 부르르 떨며 긴 숨을 내뱉었다. 그가 내 안에서 떨며 가뿐 숨을 할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오로지 섹스로만 얻어지는 있는 감동과 희열이 온몸을 감쌌다.


나는 장난스럽게 그를 조였다. 그가 나의 조임을 느꼈는지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은 따뜻한 하지만 이제 녹은 고등어처럼 부드러워진 그가 내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뜨끈하면서도 미끄러운 액체가 허벅지 안쪽에 흘렀다.

노곤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충만감과 함께. 이 기분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잠시 눈을 감았다.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내 옆에 그가 없다. 비디오방도 아니다. 하얀 천장, 익숙한 벽지, 호텔 같은 하얀 침구. 내 방이었다. 나는 지금 내 방에 있다.

만약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받아들일 것이다. 누나니까. 그런데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허용할 수 있는 것은 키스까지였다. 거기서 더 나가면, 곧 떠날 그에게 이용당하고 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키스까지는 내가 얼마든 즐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내가 당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내가 그의 몸을 통해 그간 쌓인 나의 욕정을 풀어내는 거라고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나는 그저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였다. 내 가슴을 만지는 그의 손을 밀어내며 나는 촌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두 번째 만나는 거잖아요."

멘트 한 번 구리다. 그 후에도 그는 몇 번 다시 시도했지만, 나의 대답은 똑같았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났고 우리는 일어서서 마지막으로 찐한 포옹을 하며 굿바이 키스를 나눴다.


"잘 다녀와요."


그가 떠나는 날. 한 번 더 만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시간적 물리적 거리 때문에. 그는 공항으로 출발한다고 했고, 필리핀에 잘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퇴근을 하면 070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서서히 연락은 뜸해졌고, 그를 잊었을 때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연락이 왔다. 귀국을 축하한다면서도 만나자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아마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그때 또 누구랑 썸을 탔고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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