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일기
아이가 큰다. 빠른 속도로 크고 있다. 9살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올해 부쩍 큰 느낌이다. 자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 배려하는 것, 생각하는 것 모두 어른스러워졌다는 느낌을 문득문득 받고 놀랐던 한 해였던 것 같다.
자고 일어난 자리를 말끔히 정리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살 비비며 자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아이가 서로 잘 맞아 아직까지는 꼭 끌어안고 한침대에서 자는 날이 대부분인데 그런 아이에게 문득 행동으로 정리하는 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의도로 어느 날인가부터 자고 일어나면 자리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간 아이는 딱 한번 정리하는 이불을 함께 잡아준 것을 제외하면 늦잠에서 깨어나기도 힘든 시기에 정리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제 늦잠을 잔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여러 차례 깨우고 나서 내려와 기다리는데 아이가 유독 준비가 늦었다. 결국 학원시간이 거의 다 되어 내려온 아이의 모습을 보니 아직 잠옷도 그대로 입은 채다. 그런 아이가 내게 와 학원 갈 준비 대신 무언가를 말하려 했는데 아이의 말을 끊고 나갈 준비만을 독촉했었다. 그리고 옷 입는데 또 한세월. 준비를 겨우 마친 아이가 차에 오르고 이미 늦은 학원에 부랴부랴 달려가며 차 안에서 그제야 아이가 말하려 했던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에게 내용을 물었다. 그러니 아이는 반짝이는 표정으로 내게
"아빠, 맨날 아빠가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정리 깨끗하게 했잖아? 오늘은 내가 자고 일어나서 이불이 흐트러져 있어서 그렇게 하고 왔어."
순간 뭔가로 머리를 맞은듯했다. 아 이렇게 아이가 또 자랐구나 싶기도 하고 아이가 필요하다 판단되면 스스로 지켜보던 것들을 실행에 옮기는구나 싶어 대견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닮아가면서도 아이의 시간에 맞춰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한번 더 느끼게 됐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는 아직 늦음에 대한 개념,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 학교나 학원에 늦었을 때 자신에게 그게 얼마큼의 손해나 규칙을 어기는 것이 되는지 등 어른 기준의 규칙준수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혹은 아직 이해가 다르다. 아이의 머리에는 아이만의 우선순위가 있고 일단 그걸 먼저 해결하는 게 우선인 것이다. 그걸 부모는 자신이 이해한 수준의 개념과 순서로 아이에게 빠르게 움직일 것을 종용하는 날들이 대부분인 요즘이다.
학교에 지각이라고 다그치면
"걱정 마 항상 나보다 더 늦는 친구가 있어서 난 지금 늦은 게 아니야"
라던게 학원에 늦었으니 빨리 아무 옷이나 입고 학원에 가자면
"아니야 선생님이 학원 후디 입고 오는 걸 좋아하셔."
와 같이 아이 스스로에게 중요한 우선순위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 텐데 아이와 어른의 시각차 중요한 순서의 차이가 다른 것을 오롯이 아이에게만 어른의 눈높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올해 아이는 순식간에 정말 많은 성장을 이루어 내주었다. 신경을 못쓰고 눈치를 못 채고 있다가 문득 느끼고 뿌듯하고 대견함을 많이 느꼈던 한 해였는데 아이는 그렇게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어른이 할 일은 그런 아이가 불편하지 않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들여 기다려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4년이 다 흐르기 직전에 나는 이렇게 또 한 가지를 배웠다. 고맙고 사랑한다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