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헤밍웨이를 잘 몰랐습니다. 가십이라고 해야 할까요? 싸움, 사냥, 낚시, 투우 뭐 그런 거 좋아한다는 정도. 그러니까 마초같은 남자고 글도 그렇다더라 정도. 그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일거고, ‘팝니다. 안 신은 꼬까신.’인가 하는 글하고 기차역에 원고를 분실했다는 이야기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헤밍웨이는 그의 소설과 에세이만큼 마초적인 삶과 함께 드라마틱한 일화들로도 유명합니다. 혹시 이 이야기를 아시나요? 파리 특파원으로 아내와 함께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에 살면서 시인 에즈라 파운드와 거트루드 스타인을 만나 글쓰기 수업을 받으며 2년간 써 나간 원고를 그의 아내가 기차역에서 잃어버립니다. 스위스에서 유명한 출판 편집인과 헤밍웨이가 만났다는 전보를 받고 남편의 작품을 보여주려고 가지고 나왔다가 파리의 리옹역에서 잃어버린 것 입니다.
헤밍웨이는 분노, 실망, 좌절을 느끼며 글을 쓰고 싶다는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그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아내가 원고를 잃어버리기 전에 이미 자비로 출판하기로 한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 Three Stories and Ten Poems>가 몇 달 뒤(1923)에 출간되었고, 짧은 장면묘사 스케치 6개를 묶은 <우리 시대에 in our time>가 그 다음해(1924)에 출간됩니다.
모두 포기하고 무너져 내리려고 할 때 지인들의 지지와 격려로 헤밍웨이는 다시 글을 쓸 용기를 냅니다.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 Three Stories and Ten Poems>에 있던 단편 세 편에 새로 쓴 12편의 단편을 더하고, <우리 시대에 in our time>의 짧은 장면묘사 스케치 6개에 새로 쓴 10개의 스케치를 묶어서 동명이지만 대문자인 <우리 시대에 In Our Time>을 1년 뒤(1925)에 출간합니다. 이 단편집은 원고를 잃어버린 좌절을 맞본지 햇수로는 3년, 거의 2년이 넘는 시간을 공들여 다시 써나간 파괴되었지만 패배하지 않은 그의 철학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