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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과 산책 Sep 06. 2023

24. 방콕 체크인

쇼핑의 기술

 방콕, 나에게 방콕은 여행이 시작되는 도시이다. 내가 배낭여행을 하던 시기에 카오산 로드는 배낭여행자들의 성지와도 같았고 나는 그곳을 동경했다. 세계의 배낭여행자들이 모여드는 도시, 세계 어느 나라로도 건너갈 수 있는 도시가 방콕이었다. 내 여행의 시작에도 방콕이 '콕'하고 점찍어졌고, '정오'라는 의미의 태국어 '티양 teeyang'이라는 나의 닉네임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2002년에 처음 발도장을 찍고 그 이후 몇 차례 방콕을 여행했지만 나는 방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16년 만에 다시 방콕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방콕을 제대로 여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국 한 달 살이의 남은 시간을 방콕에서 맘껏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방콕행 아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끄라비 공항에서 방콕 수완나품 공항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가는 일이 방콕의 첫 번째 관문이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나는 택시 안에서 미터기와 창 밖을 번갈아 쳐다보며 16년 만에 방콕에 온 감회에 젖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변한 것 같으면서도 변한 게 없어 보였다. 그동안 무수히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방콕 지도를 눈앞에 펼쳐보는 기분이었다. 무사히 방콕 Josh Hotel에 체크인을 하고 첫 일정으로 숙소에서 가까운 짜뚜짝 주말 시장으로 툭툭을 타고 갔다. 툭툭을 타고 달리니 태국의 열기와 자동차 매연이 뒤섞인 바람을 피할 수 없었고, 방콕에 왔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짜뚜짝 chatuchak 주말시장은 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재래시장으로, 가게들 대부분 주말에만 문을 열어 ‘짜뚜짝 주말 시장’이라고도 한다. 무려 15,0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가게와 노점이 즐비해 있는데, 어쩌면 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통 시장일지도 모르겠다. 매주 주말마다 20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규모가 남다르다. 게다가 태국 느낌이 물씬 나는 다양한 기념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현지 주민들은 물론 여행객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Agoda travel guides> 발췌

 

 짜뚜짝 시장은 규모가 큰 시장이라 일단 아이들에게 주의사항부터 알려줬다. 절대 엄마와 떨어지지 않을 것. 여기서 엄마를 잃어버리면 평생 못 만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섭게 들리지만 사실이 될 수 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말하는 내가 더 공포스러웠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내아이들에게 주의사항을 이야기할 땐 과장될 정도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장구경을 왔기 때문에 발길 닿는 대로 구경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각자 사고 싶은 것 한 가지씩만 삼만 원 이하로 사기로 했다. 아직 태국여행 일정이 남아 있어 짐을 늘릴 수 없었고 쇼핑 충동의 봉인이 풀리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삼만 원을 정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크지도 적지 않은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고 여행경비 지출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삼만 원으로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부터 배움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상점들 사이로 걸어 다니며 어떤 물건들을 팔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슬슬 사고 싶은 것들이 구체화되었다. 첫째 아이는 토끼 인형을, 둘째 아이는 축구 유니폼을 원했다. 목표가 정해졌으니 본격적으로 쇼핑을 하기 시작했는데 막상 사려고 하니 물건을 찾기가 어려웠다. '도대체 토끼 인형은 왜 산다는 것일까?' 나의 취향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지만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하고 첫째 아이를 따라 토끼를 잡으러 다녔다. 자신이 원하는 건 기가 막히게 발견하는 첫째 아이의 능력은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리라. 그 능력으로 첫째 아이는 맘에 쏙 드는 토끼 인형을 잡을 수 있었다. 다음은 둘째의 축구 유니폼이었다. 축구 유니폼은 시장에서 자주 보이는 품목이어서 어렵지 않게 구입했다. FC바르셀로나 메시의 유니폼이 다른 유니폼보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이 또한 존중되어야 할 선택이었다. 메시의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아 든 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각자 원하는 것을 사고 코코넛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혔다. 세상 달콤한 맛이었다. 다른 길거리 음식도 먹고 싶었지만 다리 아프다고 투덜거리기 시작하는 아들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포기했다. 대신 쇼핑의 피로를 풀기 위해 발마사지를 받자고 제안했다.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는 좁은 공간에 태국 현지인들이 발을 만지는 모습이 낯설었던 두 아들은 안 받는다고 하다가 발이 피곤했는지 나를 따라 푹신한 소파에 따라 누웠다. 에어컨이 바람을 쐬며 받는 발 마사지는 짜뚜짝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이다. 실력 좋은 마사지사를 만다면 그야말로 극락을 맛볼 수 있는데 내 발을 만져주신 분의 실력으로 나는 잠시나마 극락을 경험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던 짜뚜짝 주말 시장은 방콕 첫 일정으로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짜뚜짝 주말시장 쇼핑의 기술

1. 마음에 들면 사라. 다시 찾아가기 힘들다.
2. 흥정은 웃으며 해라. 2/3 가격을 부르면 대체로 통한다.
3. 수분 보충은 수시로 해라. 지친다.  
4. 발마사지는 무조건 받아라. 지친 너를 위로할 것이다.
5. 당보충엔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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