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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미 May 17. 2022

토마토를 향한 마음

주스에 담긴 이야기 



토마토와 친해지려고 한다. 매일 물 마시듯, 아니면 배가 고플 때 가장 먹고 싶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어렴풋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불길함 예감이 감돌지만, 아직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는 싫다.     


토마토에 이리도 관심을 기울이는 건 잘 지내고 싶은 생각이 부풀어 오르면서부터다.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는 일상의 소중함을 절감한다. 이를 위한 기본은 건강한 몸, 부담이 없는 상태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봄에서 여름은 겨울에서 봄으로 갈 때보다 힘들다. 피곤함이 빨리 찾아온다. 아무리 애를 써서 기운을 내려해도 쳐지고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이 많다. 단골인 한의원 원장님은 기력이 쇠해서라고 짧은 답변을 내놓았다. 아직은 젊다 여기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놀라면서 벗어나고 싶다. 해법으로 한약도 주문했다. 


운동과 더불어 잘 먹는 일을 꾸준히 하기로 했다. 매일 삼시세끼를 거르지 않고 먹으니 못 먹는다고 할 수도 없다. 진수성찬까지는 아니어도 요리하는 일을 좋아하니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챙겨 먹는다. 부엌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서 얻어내는 결과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그럼에도 몸은 종종 휴식을 요구하고 불편하다.     


이런 날이 며칠 되다 보니 떠오른 게 토마토였다. ‘슈퍼푸드’라는 단어를 오래전부터 들어와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때마침 언니가 친구가 줬다며 호박만 한 토마토를 택배로 보내왔다. 사러가지 않아도 절로 생겼으니 있는 것을 잘 먹기로 했다.    

  

토마토는 일 년 내내 샐러드 재료로 사랑받는다. 냉장고에 두지 않아도 실온에서 보관이 가능하다. 초록인 것보다는 붉게 잘 익은 게 좋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주스를 택했다. 아침에 넉넉하게 만들어 두고 군것질이 생각날 때 먹기로 했다. 해독작용을 도와주기에 빵이나 과자 대신 이것을 활용하면 지금보다는 좋아질 거란 희망을 그렸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이미 바라던 그때가 된 것처럼 행복했다.      


며칠 동안 아침이면 토마토 주스를 먹었다. 하지만 나흘째 되던 날부턴 브레이크가 걸렸다. 토마토를 데쳐서 가는 과정이 번거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토마토 세 개를 상자에서 꺼내어 간단히 씻고는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그다음 껍질을 벗기고 믹서에 갈아주면 끝이다. 간단하다 여겼는데 간단치가 않다. 토마토에 향했던 내 마음이 작아졌나?     


이틀을 쉬고 다시 시작했다. 그 사이 초록빛 감돌던 토마토는 아주 빨갛게 익었다. 왠지 외면하고 싶을 만큼이다. 빛이 잘 들지 않는 베란다 한편에 두었는데도 며칠 사이에 절정이다. 믹서기에 토마토와 더불어 사과 반쪽을 더했다. 맛이 깊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나나와 브로콜리, 비트까지 몸에 좋다는 과일과 야채를 함께 갈았지만, 이번에는 이것들을 생략하기로 했다. 그저 간단한 게 좋다.      


먹는 것으로 몸을 다스린다는 식치(食治)를 생각했다. 다소 거창해 보이는 이 단어와 주스를 마시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다 여기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아직은 초보이기에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응원도 잊지 않았다. 약은 먹는 즉시 몇 분 내로 반응하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그것이 최종적인 해결법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일은 잘 먹는 일이다. 가능한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 제철 음식을 상에 올려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생각과 행동이 따로다. 아침 부엌으로 가서 가장 먼저 토마토 상자와 믹서기에 쏠리는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다. 벌써 귀찮음이 침범하기 시작했다. 난감하다.  아직은 몸이 견딜만한 것일까 싶다.     


최소한 석 달, 아니면 일주일이라도 꾸준해야 하는데 갈길이 멀다. 오히려 어떻게 해야겠다는 강한 마음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일까? 가끔 장난처럼 하는 일과 정신을 집중하고 진지하게 했을 때의 결과를 비교해 보았다. 흔히 말하는 최선을 다할 때 보다 가볍게 했을 때가 만족스럽다. 음식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 여기지만 토마토 주스 앞에서는 자꾸 딴생각이다. 그저 토마토가 좋아서라고 말할 때 잘 될 것 같다. 매일매일 주스를 마시다 보면 가까워질까? 토마토를 궁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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