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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원 Oct 31. 2017

진로의 지혜 1/2

심리학자 아빠가 혼자 키우는 딸에게 전하는 지혜의 서신

오늘 아빠는 진로의 선택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나아갈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분을 만났어요.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이었어요. 갈 길을 잃고 주저앉아 답답함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어요. 목표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불안감, 무력감, 걱정만이 그분의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있더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엇이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도 괴롭히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를 모르고 있었어요. 그저 타인이 답을 가르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타인의 소리만 중시하며 살아오다가 아픔을 겪게 되었음에도 또다시 잘못을 반복하고 있었지요.

인생의 진로를 정해야 하는 순간에 어떤 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요. 다른 이의 조언을 상대적으로 적게 필요로 하지요. 하지만 어떤 이는 자기 내면의 소리보다 자신의 삶에 함께하는 중요한 타인들의 평가를 훨씬 중요시해요. 둘 중에서 어디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되겠지요. 그분은 자신의 마음이 외치는 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소리와 타인의 소리를 균형 잡힌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어요. 그저 부모가 선택해주는 삶의 방향을 따라왔기에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는 방법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부모가 제시하는 레일 위를 따라서 움직이는 기차 같은 삶을 살아왔던 그분은 행복하지 않았고 마침내 멈춰버리고 말았어요. 


무엇이 그분의 몸과 마음을 고장 나게 만든 것일까요?

사실 진로의 선택은 짧은 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진로를 선택하는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해왔던 수많은 선택의 경험들이 누적되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어린아이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에 이르기까지의 성장 과정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생의 선택지를 만나게 돼요. 무엇을 택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인생이 펼쳐지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미리 알 수 없기에 이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저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게 돼요. 그 시간 동안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기도 하고, 부모님에게 묻기도 하고, 선생님의 조언을 얻기도 하고,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기도 하면서 스스로 선택을 하게 돼요. 그렇게 여러 가지 중에서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행동한 이후에는 자기 자신,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다양한 피드백이 돌아와요. 이때 어떠한 피드백을 받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전혀 다른 평가를 하게 될 거예요.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충분히 존중받고 따뜻한 조언을 얻는 경험을 한다면 그 선택을 믿고 만족하게 되고, 나아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혼나고 무시당한다면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고 부끄럽게 여기게 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될 수 있지요.


건강한 선택과 긍정적인 피드백의 반복적인 경험 속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경험하기 위한 선택의 방법을 그 과정 속에서 또한 배우게 되지요. 한편으로는 자신의 내면에서 답을 찾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외부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 균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내용은 의심과 흔들림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안타깝게도 모든 이들이 선택에 있어서 이러한 건강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수없이 많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들이 자신의 앞에 놓여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살아가고 있어요. 자신의 앞에 놓인 길들의 존재를 안다고 하더라도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도 많아요. 부모가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르도록 강요를 받는 경우도 있고, 충분한 생각 없이 친구들의 의견을 따르며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기회를 포기하기도 해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길을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가다가 그 길 위에 자신의 행복이 없음을 깨달으며 갑자기 큰 혼란을 겪기도 하지요. 오늘 만난 분은 그렇게 몸과 마음이 고장 나게 된 분이었어요. 


아빠가 한 가지 약속할게요. 사랑하는 딸이 살아가며 마주하게 될 수많은 기회들 중에서 아빠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않을게요. 사랑하는 딸이 자신의 진정한 마음의 소리를 경청할 수 있도록 돕고, 딸의 선택을 존중하고, 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할게요. 아직은 어리기에 아빠의 말이 어렵게 들릴 수도 있어요. 시간이 흐르고 아빠의 편지를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사랑하는 딸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때 사랑하는 딸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얻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삶에서 진정 원했던 것은 무엇이고 그 순간에 이루고자 하는 바람은 무엇일까요? 

그것을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해왔을까요?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간단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고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만큼 어려운 것이기에 미래의 딸이 진정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일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을 수 있어요.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타인의 강요로 인해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어쩌면 마음의 소리를 잘 못 듣고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아닌 부차적인 일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로 세상을 살아갈지도 몰라요. 


그렇게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모를 때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자신의 행복을 위한 올바른 진로 선택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사랑하는 딸의 생각을 들려주면 좋겠어요. 아빠의 생각은 다음 편지에서 들려줄게요. 오늘도 사랑해요.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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