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1화
2024년 6월,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아침 일찍 눈을 떴을 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랍을 열고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기다리는 몇 분이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희미하게 나타난 두 줄.
'이게 진짜야?'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보았다. 선명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두 줄이었다. 기쁨과 당혹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임신을 준비해왔던 시간들이 떠올랐지만, 막상 그 순간이 찾아오자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이른 게 아닐까, 제대로 자리 잡은 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날이 하필 일요일이었다. 당장 병원에 가야 했다. 주말에도 운영하는 근처 산부인과를 찾았다.
초음파 검사 후 의사가 말했다.
"아기집이 아직 보이지 않네요."
처음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피검사 결과, HCG 호르몬 수치는 32. 임신이 맞았다.
의사는 며칠 후 다시 내원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나는 조심스럽게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초음파 속 아기집은 보이지 않았다.
피검사를 할 때마다 HCG 수치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었지만, 정작 아기집은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다.
집 근처 개인 병원, 대학 병원, 산부인과 전문 병원까지. 하지만 모든 곳에서 들은 말은 같았다.
"포상기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포상기태? 머리가 하얘졌다. 임신이 아니라 암일 수도 있다고? 나는 당장 검색을 시작했다.
포상기태는 비정상적인 임신 조직이 자라면서 태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는 질환이었다. 심한 경우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 몸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임신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계속 병원을 찾아갔다. 확진을 받기 전까지 버티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몸속에서는 임신 호르몬이 계속 증가하는데, 정작 아기집은 나타나지 않았다. hcg 호르몬 수치가 1만이 넘어가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의사와 상의 끝에 소파술을 결정했다. 수술을 앞두고 혼란스러웠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아이를 품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그 희망을 떼어내야 한다니.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었다.
2024년 6월 29일, 소파술을 받았다. 내 몸속에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깨어났을 때, 텅 빈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 내가 수술한 병원은 분만 병원이었다. 회복실에서 깨어난 나는, 이제 막 출산한 산모들과 나란히 누워있었다.
그렇게 내 첫 임신은 끝이 났다. 이제 나는 다시 내 몸을 되돌아봐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유산 후에도 내 몸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