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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돌아보는 회사의 현실

4장 1화

by 곤즈르 Mar 24. 2025

퇴사한 지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회사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상태에서 벗어나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떠난 회사는 지금쯤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내가 빠진 자리에서, 나의 업무는 누구에게로 넘어갔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나의 공백이 조금은 느껴지고 있을까?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것들이 많았다. 퇴사 전까지 나는 회사가 너무 당연한 곳이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고, 목표를 맞추기 위해 달렸던 나날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결국 버티지 못했다.


회사에서 나는 유산을 두 번이나 겪었고, 병가를 냈다는 이유로 점점 소외되었다. KPI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수치를 넘어서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존재했다. 나는 그 기준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퇴사 후,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그게 정말 현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이게 진짜로 진행될지, 아니면 흐지부지될지는 더 지켜봐야 했다. 그저 위에서 떠드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회사는 결국 사람을 숫자로 평가한다는 것을. 내가 있든 없든, 조직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보호받았고, 누군가는 나처럼 밀려났다.


나는 문득 떠올렸다. 회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된 걸까? 성과 때문일까? 아니면, 더 강한 줄을 잡고 있었기 때문일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예외였다. 결국, 대기업에서 버틴다는 것은 성과만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신뢰’를 얻는 일이었다. 회사를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업무보다 중요한 것, 실력보다 우선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끝까지 버텨야 했던 걸까, 아니면 떠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이제야 나는 그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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