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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Nov 15. 2024

미국 학교는 자꾸 돈을 내라고 합니다

도네이션 한다 치면 마음이 편할까요? 


아무래도 텍사스가 캘리포니아보다 돈이 많은가 보다. 


가만 생각해 보니 휴스턴으로 온 뒤, 학교에서 발전 기금 명목으로 돈을 걷어간 기억이 없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학기 초에 기금을 받았다. 처음에는 퉁쳐서 냈는데, 그 뒤에는 도서관 따로, 컴퓨터 비용 따로, 뭐 따로..... 거기에 학급비까지 따로 걷었다. 물론 도네이션으로 자유롭게. 하지만 공개적으로. 


아이들 학교는 그래도 몇백 불 수준이었지만, 30분 거리에 있는 한 학교는 당시 기본 1,000불(140만 원)부터 시작이었다. 1,000, 2,000, 3,000 혹은 '자유롭게 입력'하라는 식이었다. 물론 10불을 적어도 된다지만 의도는 다분히 그 이상을 적으라는 듯한 빈 칸. 그 학교는 도네이션 한 내역을 팸플릿으로까지 만들어 배포했다.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만불이 넘었다.
그 팸플릿을 들고 나에게 하소연 한 엄마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었는데, 남편이 포닥 중이었기에 살림이 빠듯했다. 
빈칸에 100불을 적기도 민망해 대체 어찌해야 하는지 물어온 거다. 그 동네가 집값도 비싸고 백인이 주를 이루는 동네였으니 동양인 70%이 넘는 우리 동네와는 차이가 컸다. 

그뿐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에는 학급별로 테마를 정해 선물을 도네이션 받았고, Fun run때도 내야 했으며, 잊을만하면 뭔가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물론 반대항으로 공개 다 해가면서. 


한데.... 텍사스에 오니 기본 도네이션이 없다! 학기 시작할 때마다 '아, 얼마 하지. 작년보다 늘어난 것 같은데. 애가 둘이면 두 배를 내야하나?' 그런 고민 따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어가는 돈은 있다. Yearbook, School Supplies, School T-shirt, School Photo, Art works 같은.


학교에서 판매하며 생긴 수익의 10-30%는,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 클럽, 또는 학생회 활동을 지원하는 데 사용됩니다. 



1. Yearbook - 미국에선 앨범을 매년 만든다


학교가 시작하면 먼저 그 해의 Yearbook 판매를 시작한다. 일 년에 두 번 학교에서 사진을 찍는데, 처음 찍는 사진으로 ID도 만들고 Yearbook에도 들어간다. 즉, 학년별로 & 반 별로 사진들이 들어간 전교생의 앨범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아깝지 않았다. 반별로 
활동했던 사진들도 좀 들어있었고, 행사별로 모아져 있는 부분에서 우리 집 아이가 실리기도 했으니까. 새 학년으로 올라가도 새 친구는 작년에 무슨 반이었는지 들춰보는 재미도 있었단 말이다. 여기 초등학교 앨범은 45불(6만 원) 정도다. 

근데 중학교에 가니 이게 좀 아깝기 시작했다. 학생수가 늘어난 데다가, 반 개념이 아니기에 활동사진도 따로 없었다. 클럽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친구가 아니라면 증명사진 이외에는 나올 일이 거의 없어졌다. 

고등학교는 중학교보다 더 크다. 지금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전체 3천7백여 명.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 첫째의 코딱지만 한 사진을 보기 위해 앨범을 사기는 조금 아깝다. 고등학교는 앨번은 최소 할인받아도 90불(12만 원), 사인받는 종이가 포함되면 108불(15만 원)이다. 만약 1년에 3천 명이 90불씩 낸다면, 27만 불(3억 7천만 원)이 앨범으로 지불된다는 뜻이며, 학교가 가져가는 돈은 5만 불(7천만 원) 정도가 된다는 거다. 






2. School Photo - 학교에서 찍는 사진, 너무나 비싸다 


지난주에 막내가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낸다. 커다란 봉투에서 조막만 한 사진이 한 장 톡 떨어진다.
꽤 오래전에 찍은 것 같은데 이제 가지고 오네. 아니 근데 이 워터마크는 뭐야? 가만 보자... 이게 뭐여?! 표정... 아주 애매하다. 객관적으로 봐도, 엄마의 콩깍지를 씌워도 못생겨 보인다. 사기 싫다. 
예전에는 원본을 다 주더니, 이제는 샘플만 준다. 원본을 줄 때는 내 아이 얼굴이 무자비하게 버려질 생각에 가슴이 찢어져서 그냥 샀다. 그러다 나중에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인화도 했다. 세 명, 120불 정도가 드는 게 너무나 아까워서. 

2년 전에 찍었던 사진



휴. 손바닥만 한 못난 사진에 워터마크까지 찍히니 더 볼품없어 보인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파일만 사면 30불, 8x10짜리가 있는 가장 저렴한 세트가 39불
이다. 그리고... 배송비? 아마도 애가 늦게 가져왔거나, 늦게 꺼내놨나 보다. 학교로 배송하면 돈을 받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배송비가 6불이 넘는다. 즉, 내가 필요한 8x10짜리 한 장을 사기 위해서는 45불(6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따로 인화하더라도 파일이 싸겠다. 다만 매우 귀찮을 거라는 점) 


근데 가만, 아들 둘은 왜 사진을 가져오지 않는지? 




3. School Supplies - 한 학년동안 쓸 준비물을 한 번에 (비싸게) 판매한다 


미국은 학교 준비물이 있다. 일 년간 쓸 준비물을 학기 초에 한꺼번에 가져간다. 종류가 많고, 세세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판매하는 준비물 세트를 산다. 초등학교는 노트, 연필, 지우개, 풀 등이 포함되고, 중학교는 계산기, 인덱스카드 등도 포함된다. 이곳에서는 한 세트에 80불(11만 원) 정도다. 단, 고등학교는 수업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 

캘리에서 텍사스로 급하게 왔던 2021년 여름에는 시간이 없었다. 학기 시작 일주일을 앞두고 왔기에, 리스트만 출력해서 급하게 돌아다니며 사느라 고생을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사람은 많고 물건은 딸렸다. 아마존에서 주문하면 늦게 오는 품목도 있었다. 학기 첫날에(혹은 그전에 선생님 만나는 날에) 모든 준비물을 가져가야 하는데, 물건이 딸리니 비싸게 사는 물건도 생겼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꼭 학교에서 판매할 때 사야지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2022년 5월, 220불 정도를 주고 세 아이 학용품 세트를 구매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근데 23년에는 가격이 더 올랐다. 셋이면 240불(36만 원) 정도로. 리스트를 가만 보니 이미 가지고 있는 물품도 섞여 있었다. 필통, 물티슈, 펜 등을 또 사고 싶지는 않아서 구매 신청을 하지 않았다. 






4. School Tshirt - 학교 셔츠가 너무나 많다 


미국은 소속감을 참 좋아하는 듯하다. 뭘 해도 티셔츠를 안겨준다. 하물며 동네 커피숍 만가도 티셔츠를 파니 학교는 오죽할까.
학교 티셔츠. 딱 한 개면 될 것 같은데 학교에서는 또 여러 벌을 만든다. 
소풍용 따로, 반 티 따로, 발표회가 있으면 발표에 맞춰서 또 따로. 게다가 지금 다니는 학교는 학교를 4개 그룹으로 나눈다. 초록, 빨간, 파랑, 검정. 그 티셔츠도 따로 있다.
이 정도면 학교 티셔츠를 교복처럼 매일 바꿔 입으면 되겠다 싶지만, 아쉽게도 또 다른 디자인을 굳이 만들어 판매한다! 학교 초에 선생님 만나는 날, 강당에서 20불 정도에 판매하는데 분위기라는 게 있어서 저 집 아빠가 사고, 또 저 집 아이가 사면 애는 조르기 시작한다. "엄마 나도 사줘!" 그러면 또 매몰차게 안돼! 하기가 어려운 공기 속에서 지갑을 쓱 꺼내게 된다. 아깝게도. 

(남편은 본인 티셔츠도 사는 편이다) 






5. Artworks - 아이 작품이라니 안 살 수도 없고


아이가 이번에도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왔다. 광고 전단지. 이게 뭐야? 무심코 버리려다가 광고 속 주인공이 아이의 그림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 또........ 뭐 사야 하는구나.... 

아이가 쪼르르 다가와 종알종알 떠든다. 결론은 엄마 당장 사! 였다. 이거, 이거, 이거 손가락이 바쁘다. "잠깐만 태미야, 일단 들어가 보자" 사이트에 들어가니 종류가 많다. 곤란하다. 스케치북 하나에 20불. 오너먼트는 15불. 블랭킷은 55불... 너무 아깝다. 예전에 컵도 사고, 볼펜도 사고, 노트도 사고했지만 쓰레기가 됐다. 아이 얼굴이 박힌 채 쓰레기가 되는 걸 보는 건 괴로운 일이라, 사고 싶지 않았다. 하나만 사자. 
"하나만 딱 골라" 


아이는 입이 나온 채 고심한다. 그렇게 손가락 끝에는 스케치북이 있었다. 하나 샀다. 고작 스케치북 한 권인데 20불(3만 원)이 결제되었다. 12월 중순에 온다고 한다. 나중에 보자 스케치북아! 






6. Bookfair - 아마존보다 비싸게 살 수 있다


다음 주부터 막내 학교에서는 북페어를 한다. 이번주 수요일에 학교 도서관에서 몇 명이 모여 세팅을 끝냈고, 다음 주 내내 판매를 한다. 나도 두 타임 발론티어를 하기로 했다. 아마존에 검색하면 더 싼 걸 알면서도, 그간 북페어마다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었다. 직접 보고 사는 재미도 있거니와, 모두 사는데 못 사면 속상해할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도 아이에게 책 두어 권을 사도록 할 거다. 책과 가까워지길 바라기에. 비싼 걸 알면서도. 학교 도네이션이라 치고 말이다. 







미국은 케이스가 너무나 많아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작성했다. 그리고 분명 놓친 게 있을 거다. 앨범 한 권에 12만 원, 사진 뽑는데 6만 원, 준비물에 11만 원.... 아깝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아까운 돈이다. 그나마 이곳은 운영 기금을 반강제로 걷지는 않지만, 그런 것까지 낸다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미국에선 도네이션이 워낙 흔하기에, 우리는 미국에 적응하고 살아야 하기에, 내 아이에게 필요한 곳에 쓰인다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상단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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