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라도 병원비를 깎아달라고 요청하고 봐야 합니다.
캐나다에 온지 10일정도 지나고, 큰 아들 맹장이 터져버렸다. 인간의 몸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 나는 주말 내내 아파하는 아들에게 이런저런 요법으로 치료를 해주었다. 당연히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맹장이 터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맹장이 터지면 일이 복잡해질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월요일, 병원에 가서 맹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결국 캐나다라는 낯선 곳에서 아들은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아들은 침착하게 수술을 받았고, 수술은 잘 되었다. 그리고 아들은 수술한 다다음날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 나름 경과도 좋았다. 병원비 걱정 때문에 빨리 퇴원했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요구사항도 반영되었다. 게다가 그 주 주말은 아들의 생일이었다. 우울하게 병원에서 생일을 보낼 수는 없었다.
https://brunch.co.kr/@tham2000/104
https://brunch.co.kr/@tham2000/105
퇴원을 하고 다음날 저녁, 아들의 머리가 뜨끈했다.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열이 난다는 것은 어딘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리하게 퇴원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아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다행히 아들의 열은 더이상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엔 정상 체온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누나네 가족들과 다함께 아들의 생일 파티를 했다. 별거 없었다. 케잌에 불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준게 다였다. 하지만 큰아들은 어느 생일때보다 좋아했다. 생일에 별탈 없이 집에서 보낼 수 있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여전히 힘들어 하긴 했지만 아들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었다. 더 걷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요일엔 동네 공원에도 다녀왔다. 아들도 많이 걸어야 낫는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열심히 걸었다.
월요일부터 캠프도 갔다. 캠프에 가서 오히려 더 안좋아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지만 아들은 캠프에 꼭 가고 싶어했다. 그만큼 이곳 캠프를 좋아하기도 했다. 아들에게도 아프면 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캠프 선생님께도 상황을 말씀드리고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월요일 하루 내내 아들이 괜찮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오후에 아들을 데리러 갔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아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캠프에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오히려 기력을 회복한 듯 싶었다. 아픈 것도 잊을 수 있었고.
그리고 그 주 금요일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거의 다 나았습니다.
이제 병원에 안와도 돼요.
항생제도 지금 먹는 것만 먹고 더 안먹어도 됩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100% 나은 건 아니지만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기뻤다. 여행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했다. 수영장에서 마음껏 놀아도 된다고 했다. 물론 걱정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갈 때까진 안심할 순 없었다.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라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을 뵙고 다음날부터 아들 둘과 나는 밴프로 여행을 다녀왔다. 예정된 여행이었다. 걱정도 됐지만 아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꼭 가고 싶었다. 여행 중간 중간에 아이가 아플까 수시로 체크했지만 다행히 별 일은 없었다. 아들은 다시 입맛이 살아났고, 여행을 하는 내내 신나게 움직였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수술을 한지 4주 정도 지난 지금, 아들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있다.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여행 중에 병원을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외국인으로서, 병원에 간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의사소통도 문제였고, 어마어마하다고 말로만 듣던 비용도 문제였다.
아들이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을 때, 아픈 것도 걱정이었지만 돈이 얼마나 들까도 걱정이었다. 아들이 아픈 와중에 돈 걱정을 한다는 게 아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응급실에 있는 동안에도, 수술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계산을 하며 병원비를 가늠하기도 했다.
병원비는 꽤 많은 금액이 나왔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적게 나왔다. 3천만원 넘게 나올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대충 병원비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병원을 세군데 거쳐, 월요일 밤 11시에 입원해서 화요일에 수술하고 목요일에 퇴원한 아이의 총 병원비용은 11백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캐나다 달러 기준으로 상세하게 따져보면 아래와 같다.
1. 동네 의원 : 64.5달러
2. 종합병원 응급실 : 1,133.45달러
3. 3박 4일 입원비 : 11,373달러
4. 약값 : 50.49달러
5. 퇴원후 진료비 : 50달러
총 금액 : 12,671.44 달러
원화로 계산하면 약 11.7백만원정도였다. ( 8월 14일 환율 925원 적용)
응급실 비용은 1,077 달러였고, 1일당 입원비는 5,148달러였다.
이곳에서는 응급실에 가기만 하면 기본으로 1,077달러가 부과된다. 위니펙 내의 병원은 동일했다. 몇십달러이긴 했지만 거기에 별도의 검진비 등이 추가된다. 응급실에서 초음파 검사도 했는데 다행히 그건 응급실 비용에 포함되어 별도로 내지 않아도 됐다. 우린 하지 않았지만 x-ray, ct촬영등은 따로 돈을 내야 한다.
입원비는 일할 계산되는데, 병원마다 조금씩 다른 듯 싶었다. 우리가 입원한 어린이 전문병원은 하루 입원비가 5,148달러였다. 다른 곳도 1일 4천달러 이상은 하는 듯 싶었다. 병원비의 대부분이 입원 비용이었다. 신기한 것은 수술비를 별도로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입원비용에 수술비가 포함된 것이라고 한다. 날짜 계산은 입원 당일부터 하루를 계산했다. 다만 퇴원하는 날은 몇시에 퇴원하든 계산을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월,화,수,목 4일간 병원에 입원한 우리는 퇴원 당일인 목요일치를 제외하고 3일치 입원비를 냈다.
굳이 세세하게 비용을 공개한 것은 해외, 특히 캐나다 병원에서 캐나다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조하면 좋을 듯 싶어서였다.
그리고 한가지 더! 혹시나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라면 병원비를 이것저것 따져보고, 궁금한건 물어보고, 깎아달라 부탁하면, 비용이 줄어든 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나는 병원측과 대화를 통해 상당부분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원래 이게 맞는 건데 병원측이 일부 나에게 과도하게 병원비를 책정한 것도 있었다. 알고 대응한 건 아니었다. 한 푼이라도 깎아보기 위해 사정을 이야기 하고, 절약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자 노력했다. 깎아달라고 대놓고 부탁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 가지 비용을 깎을 수 있었다.
첫번째 깎은 건 응급실 비용이었다. 아들은 맨 처음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어린이 전문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응급실을 두 번 이용한 것이었다. 처음엔 두 곳에서 모두 응급실 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큰 병원에서, 자기들이 수술을 못한다고 해서 옮겨진 상황이었기에 응급실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무 담당자에게 이를 고쳐달라고 부탁했다. 친절하게도 담당자는 여기 저기 알아봐주었고, 응급실 비용은 두 곳의 병원 중 한 곳에서만 청구하면 된다는 결론을 내주었다. (1,077달로 절감)
두 번째로 입원 비용이었다. 아들은 밤 11시에 병원에 입원했다. 결국 시간으로 치면 1시간 정도 있다가 다음날을 맞이한 것이다. 물론 새벽에도 간호사들이 이것 저것 체크해주었고, 병원 시설을 이용한 것이었기에 입원비를 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긴 했다. 하지만 하루치를 다 내기에는 조금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것 또한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아들이 6시에 입원한 걸로 기록에 나온다며 정확한 입원 시간을 알아봐줬다. 그리고 6시는 응급실에 온 시각이었고, 실제로 병실로 간 것은 밤 11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하루치를 다 부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야간 입원 케이스를 적용해 주었다. 5,148불의 비용을 1,077불로 깎아 주었다. (4,071달러 절감)
마지막으로 퇴원 후 의사 진료에 대한 부분이었다. 의사를 만나고 비용에 대해 물어봤더니 의사는 별도의 비용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얼마 후 누나네 집으로 1,077불짜리 청구서가 떡하니 날라왔다.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연락을 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이메일로 연락했다. 비용을 다시 체크해달라고 부탁했다. 담당자는 의사가 얼마나 아이를 봤는지, 수술 후에 단순한 체크였는지 등을 물었고, 내부 협의를 통해 50불로 금액을 변경시켜 주었다. (1,027달러 절감)
결국 이것 저것 따져서 6천불 정도를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금액을 깎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캐나다에서 이런 케이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듯 싶었다. 캐나다 내에서 의료보험을 적용받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병원비는 대부분 무료다. 그렇기에 병원비 담당자들도 병원비 정산을 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병원비 산정을 하는 내부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충(?) 병원비를 산정하는 경우가 많은 듯 싶다. 물론 처음부터 따져보려는 의도는 아니었가. 부탁하고 읍소하고 물어보는 과정에서 얻어 걸린 케이스이긴 하다. 어찌됐든 하나라도 더 물어보고 한 푼이라도 깎으려고 이런 저런 이야길 하면 빈틈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병원비를 절약하고자 하는 마음이 통해서였나?
여행을 다니면서 항상 여행자 보험을 가입했었다. 물론 여행자 보험을 가입할때마다 굳이 이런 걸 가입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정도로 여행 중에 병원을 가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보험을 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돈 낭비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여행이 생각보다 장기간인데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항상 가장 싼 보험을 가입하곤 했었는데, 이번엔 조금 더 비싼 보험으로 가입해서 보장 내역을 강화했다. 그렇게 가입한 보험은 질병에 대한 치료가 2천만원까지 보장되는 보험이었다.
천만 다행이었다. 여행자 보험이 없었다면 큰일날뻔 했다. 물론 아직 보험금 심사가 완료된 것도 아니고 보험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보험으로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을 듯 싶다.
여행자 보험과 관련해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보통 은행에서 환전을 할 때, 또는 항공권을 구입할 때 무료로 보험을 들어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상해에 대한 치료비는 보장해주지만 질병에 대한 치료비는 보장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비스로 들어주는 보험의 경우, 꼭 담당자에게 보험 약관 및 보상 가능 여부에 대해서 꼼꼼히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별도 보험을 꼭 가입해야 한다. 특히 해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까.
타지에서 아들이 아프다고 했을 때, 괜찮겠거니 싶었다. 배가 아플 때 주로 집에서 했던 이런 저런 방법으로 아들을 치료했다. 물론 그런 치료는 먹히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아팠던 아들은 일요일까지 아팠고 결국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일요일 저녁에 아들이 배가 부글부글 끓는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나는 그 때 뱃속의 가스가 빠져나오는 신호라며 화장실에 가서 방귀를 뀌면 나을 것이라고 다독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 맹장이 터진 듯 싶다.
아들의 수술을 경험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부분이 아프다고 했을 때 빨리 병원에 가지 못했던 사실이다. 병원에 가면 돈이 많이 들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병원 가기를 꺼려 했었다. 토요일, 일요일이라 병원이 문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 때문에 아들의 병이 커진 것 같아 아들에게 미안했었다.
알고보니 근처 클리닉(우리로 치면 의원)은 주말에도 문을 열었었다. 게다가 그리 비용이 크지도 않았다. 토요일에만 갔어도 아들이 그렇게 며칠동안 고통스럽지 않아도 됐을텐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참 아쉬운 부분이다.
애가 아프다고 하면, 그리고 반나절 이상 고통이 지속되면 가까운 의원이라도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다. 거기 가서 치료를 받으면 그렇게 크게 돈이 드는 게 아니다. 괜히 아픈걸 묵혀두었다가 더 많이 돈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괜히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들의 건강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아직 다 처리된 것은 아니지만 잘 처리될 듯 싶다. 아들은 예전처럼 다시 건강해졌고, 병원비는 열심히 깎은 덕분에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이 입원하고, 퇴원하고회복하는 약 2주간의 시간동안 이래 저래 힘들었다. 별의별 생각을 다하기도 했고, 죄책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잘 끝나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고통을 잘 참고 이겨낸 큰 아들이 너무 고맙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잘 지내준 둘째 또한 고맙고 대견스럽다. 큰 애가 아픈 동안 둘째는 아빠도, 형도 없는 고모네 집에서 잘 지내주었다. 본인도 낯선 환경이라 어색했을텐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 캠프에도 다녀오고 저녁에 혼자 샤워도 잘 하며 떼부리지 않고 잘 지내주었다. 덕분에 나는 큰 아이에 집중할 수 있었고. 물론 누나네 가족들이 도와준 게 컸지만!
모든 것은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물론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또한 우리 3부자에게 있어 캐나다에서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건강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 아들의 말마따나 앞으로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입원 중에 도와준 분들, 그리고 병원에서 잘 치료해준 분들, 병원비를 깎아주었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