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을 보면 화가 납니다.
최근 한 직원분과 메신저를 하게 됐습니다. 잘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저희 팀에서 담당하는 일에 대해 문의를 했습니다.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것 같아 약간 빈정이 상했지만 바빠서 그러나보다 싶어 물어보는 것에 짧게 답변을 드렸습니다. 사실 잘 모르는 부분이라 매뉴얼을 찾아 약간 허우적 대기는 했습니다. 빨리 대화를 마무리 하려 했는데, 그분이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지셨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이상했습니다. 저희 부서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답변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정확한 질문을 확인하기 위해 물어봤습니다.
"혹시 A 업무 전반에 대해 궁금하신 거에요?"
그랬더니 그분이 짧게 대답하더군요.
"ㅇㅇ"
저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게 회사 업무 메신저인지 노란창의 카톡 대화방인지 헷갈렸습니다. 하긴, 회사 PC에는 카톡이 깔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카톡 대화방이라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싶었습니다. 한 번도 만난적 없는 사람에게 "ㅇㅇ" 이라는 대답은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친구도 아니고, 공적인 대화 중에 "ㅇㅇ"은 아니지 싶었습니다. 얼굴이 빨개지고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무례한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 배웠기에 참고 빨리 대화를 종결지었습니다. 업무 담당자를 알려주고 급히 대화를 마무리 했습니다.
회사에 복직하고 사람들 때문에 화를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무례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예민해서인지 그런 행동들이 저를 자극합니다.
비단 메신저만 문제가 아닙니다. 전화로 선을 넘어 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전화에 특히 예민한 편이기도 한데요. 자기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저는 참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꽤 많고요. 우리는 분명 도덕시간에 어떻게 전화를 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전화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은 자기 소개를 자꾸 까먹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부끄러움이 많던지요. 서로 이름이라도 알고 대화를 나누면 좋을텐데 그냥 본론부터 들어갑니다. 바빠서 그러려니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가끔씩 화가 올라옵니다. 화라기 보다는 불쾌하다는 게 더 적당한 표현이겠네요.
그런 분들을 접하고 나면 회사에서 트렌드니 디지털이니 교육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하루 아침에 바뀌긴 힘들테지만요. 어쩌면 회사 연수팀에서 연수로 커버가 안되는 부분이라 그런 교육을 안할런지도 모르겠네요.
사람들에게 투덜대는 저를 보면서 한 후배는 말하더군요. 그렇게 하나 하나에 신경을 기울이면 제 명에 못산다고요.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하는 게 회사 생활이라고요.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니 오랜만에 복직을 해서 제가 예민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런 것에 둔해 지는 것도 회사에 "다시" 적응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후배 말마따나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듯 싶습니다. 그렇게 다시 직장인으로서 묵은때를 입히는 건가 싶어 씁쓸하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한바탕 털어 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긴 하는군요. 그런데 다 쓰고 나니 살짝 걱정도 됩니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예의를 갖추고 일하냐'라고 물어볼까봐서요. 남의 허물은 잘 보이지만 제 허물은 보기 힘들잖아요. 저도 누군가에게 예의 없는 사람으로 찍혀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하네요. 저부터 잘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제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방식 때문에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남들에게 예민한 만큼 저의 행동에도 예민한 사람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