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과 중복 사이에서

임수현의 시 '초복'에 부쳐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가 죽었어

요새는 뼈가 타는 걸 보여주더라

마흔다섯이 십 분 밖에 안 걸려

너는 입에서 날개뼈를 발라내며 말한다

너는 국물에

소금을 많이 넣는 것 같다


어떤 나라에서는

화약 속에 유골 가루를 넣어 폭죽놀이를 한다지

풍등에 유골 가루를 넣어 날려 보내는 곳도 있어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닭을 먹으며 닭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잡지와 문학과 세간에 떠도는 불행에 대해

더 넣으면 짜

너는 내게 소금 통을 당겨준다


파리가 젓가락에 붙었다 날아간다

무슨 영혼이라는 듯이


서로 내겠다고 신발을 접어 신고

계산대로 달려가지 않았지만


우리 곁에 잠시

녹는 것 같다 밍밍해서

뭔가 더 넣고 싶어지는 것들과


- 임수현, '초복' 전문 (출처: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1년 7월호)



죽음과 축제.

젓가락에 잠시 붙은 파리와 영혼.

이런 대비되는 이미지들이 초복에 닭뼈를 발라먹는 장면과 뒤섞인다.


닭을 먹으며 닭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인은 닭을 먹으며 닭을 생각하는 사람.

닭을 먹으며 죽음과 축제와 젓가락에 붙은 파리와 영혼도 생각한다.


시를 읽으며 시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는 싱겁거나 짠 시를 생각한다.


잡지와 문학과 세간에 떠도는 불행에 대해

더 넣으면 짜

너는 내게 소금 통을 당겨준다


어떤 시들은 메타시로 읽힌다.

메타시로 읽으려는 경향이 내게 있는 걸까.


나는 국물에 소금을 많이 넣는 사람인 것 같고,

더 넣으면 짜다고 소금통을 치워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뭔가 더 넣고 싶어지는 밍밍함.


예전에 시인 R은 내게 말했다.

언어를 견딜 줄 알아야 한다고.


이 밍밍함을 견디는 것.


초복과 중복 사이에서

어느 시인의 '초복'이라는 시를 읽으며

나는 닭뼈 대신 언어를 발라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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