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을 위하여

문혜진 - '꽃잔치 스탠드빠'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관에서 멜로디언으로 건반을 연습해 다음 날 무대에 오르는 록커가 있다. 그의 나이 쉰, 그는 꽃잔치 스탠드빠의 록커. 밤에는 지하 연습실에 모여 연주 연습을 하고 낮에는 을지로에서 음식 배달을 한다. 가끔씩 만나는 어린 애인과 섹스 후 죽는 연습을 한다. 그의 어린 애인이 운명하셨습니다, 라고 말한 후 담요로 얼굴까지 덮고 까르르 웃는다. 그도 어린 애인에게 운명하셨습니다, 라고 말한 후 얼굴을 덮고 씁쓸하게 웃는다. 담배를 꺼내 물며 그가 말한다. 세상에 늙은 록커는 없어. 록커는 나이가 들어도 청년이지. 그게 바로 록이야. 록! 록! 록! 우리는 일명 언더로 통하는 지하 생활자. 멋지지 않아? 오빠 멋져! 어린 애인이 또다시 까르르 웃는다. 록커에게도 여전히 잔소리가 심한 늙은 엄마가 있다. 부모는 모든 사람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라며 그는 방바닥에 담뱃재를 털고 침을 뱉는다. 퉤! 퉤! 퉤! 그는 꽃잔치 스탠드빠의 간판급 록커. 춤을 추고 빙글빙글 돌며 모든 경계를 허무는 쓸쓸한 중년을 위한 오브리밴드. 세상에 B급 록커는 없다. 록에 급을 매겨서는 안 된다. 그게 바로 록이다. 록! 록! 록!



- 문혜진, <검은 표범 여인>, '꽃잔치 스탠드빠' 중




B급 록커는 없다,고 말하는 순간 꽃잔치 스탠드빠의 록커는 B급이 된다. B급 영화는 없다,고 말하는 순간 감독은 B급이 된다. B급 인생은 없다,고 말하는 순간 인생은 B급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탠드빠 록커의 연주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꽃잔치여야 한다.


(2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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