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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여행 Oct 24. 2021

10. 남미의 맛

다시 가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



남미의 서쪽 나라들 즉, 안데스 산맥의 나라들이라고 불리며 대륙의 가난함을 담당하고 있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의 좋은 점은 물가가 엄청 싸다. 제일 좋은 건 한국에선 비싼 과일들을 엄청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에콰도르나 페루에서 mercado라는 재래시장을 가면 망고 7개에 $1불 아보카도 5개에도 $1불 밖에 안 한다. 그래서 과일을 마음껏 먹기 위해서 다시 가고 싶은 게 남미이기도 하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남미의 맛들이다.


체리모야 Cherimoya

커스터드 애플이라고 불리는 이 아이들은 뭔가 정말 커스터드 같은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지만 맛은 살짝 버터가 첨가된 사과 맛이다. 외모는 두리안 아기 같이 생겼는데 이건 직접 먹어봐야 설명이 이해가 되는 과일이다. 과일과에서 황제로 불려서 어딜 가던 사실 다른 과일들보다 조금 더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마라쿠야 Maracuya

남미의 패션푸르츠다. 근데 호주나 미국에서 볼 수 있는 패션푸르츠랑 다르게 생겼다. 패션푸르츠과이긴 하지만 외부는 보라색이 아닌 노란색이며 안을 열어보면 씨앗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호로록 마셨을 때 마냥 달다. 신걸 잘 못 먹는 나로서 남미의 패션푸르츠가 취향저격이었다. 미국이나 호주에서 먹어본 패션푸르츠는 보기만 해도 침샘이 폭발할 것 같은 새콤달콤함을 넘어 신맛을 자랑해 항상 요구르트랑 꿀과 섞어 먹어야 했는데 남미의 패션 푸르트는 손으로 뜯기도 편하고 진짜 달콤하다. 


루쿠마 Lucuma

과일이긴 하나 따로 시장에서 파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대신 아이스크림에서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맛이다. 뭔가 한국적인 맛도 있는 루쿠마 아이스크림은 살짝 단감 맛이 나면서도 끝에는 캐러멜향이 느껴져서 항상 맛있게 먹었던 아이스크림 맛이다. 에콰도르에 많이 보이는 아이스크림 맛인데 캐러멜 푸딩이 댕긴다면 추천하고 싶은 맛이다.


구아나바나 Guanabana

콜롬비아 마트에서 시식해보고 사랑에 빠진 과일이다. 구아나바나. 이름도 재밌다. 외관을 보면 좀 온순하게 생긴 두리안처럼 생겼지만 속살은 하얗고 요거트 맛이 난다. 마치 홍시 먹는 것처럼 호로록 먹고 수박처럼 씨앗을 뱉어내는 재미가 있다. 콜롬비아 길거리에서 음료들만 파는 상인들이 있는데 항상 이 과일로 만든 요거트 음료와 오렌지 주스를 팔고 있다. 더운 날에 하나 사 먹으면 상큼 달콤해 거의 1일 1 음료 했다.


후안 발데즈 Juan Valdez

콜롬비아에서 또 추천하고 싶은 건 커피! 그것도 제일 가성비 갑이 Juan Valdez. 이 Juan Valdez 때문에 스타벅스가 콜롬비아 진출을 실패했다고 한다. 한국에도 체인점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현지의 Juan Valdez의 맛을 못 따라가는 느낌이다. 아마 콜롬비아 지역의 분위기도 맛에 한몫했었을 수 있다. 스타벅스는 흔히 쓴맛이 강하고 좀 탄맛도 섞여있는데 Juan Valdez는 부드러운 산미를 자랑한다. 제일 좋은 점은 예산이 빠듯한 장기 여행자한테 싼 가격으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해준다는 거다.


비페 데 초리소 Bife de chorizo

한국으로 치면 등심부위이다. 아르헨티나는 소고기가 워낙 싸서 정말 와인과 스테이크를 원 없이 먹었다. 많은 부위가 있지만 항상 제일 맛있게 먹었던 부위는 등심 즉 chorizo 다. 살짝 붙어있는 기름과 함께 씹으면 고소한 맛이 올라오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 맛이 환상적이다. 다른 부위들을 먹어보면 소들을 다 야외에서 키우나 퍽퍽한감이 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저녁을 늦게 먹는 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들이 오후 8시 이후로 문 연다. 헤비 한 스테이크를 그 이후에 먹고 언제 소화시키고 언제 자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테이크 식당을 계획 중이라면 좀 늦게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냥 마트에서 사는 소고기도 진짜 싸고 맛있다. 유명 세프 레시피를 따라 좀 구워준 다음에 버터를 엄청 넣서 스테이크를 버터 물로 샤워시켜주면 한입 먹을 때마다 버터의 향연과 고기의 고소함이 입안에서 펼쳐진다.


피스코 사워 Pisco Sour

페루와 칠레에서 서로 자기 거라고 싸우는 대표적인 칵테일이다. 현지 술인 브랜디 피스코를 베이스로 넣고 주로 레몬과 설탕 그리고 위에 계란 흰자의 거품을 올려서 먹는 음료다. 상콤 달달하니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리고 특히 세비체 같은 해산물 요리랑도 찰떡궁합이다. 달달한 칵테일 좋아하는 사람들 취향저격이다. 


피카로네스 Picarones

호떡이 댕길 때 딱이다. 페루의 해변가 지역에서 한 달을 묵게 되었는데 해변에서 쉴 때마다 매일 빠짐없이 피카로 네스를 먹었다. 길거리 간식이라 여기저기 카트에서 파는 아줌마들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도넛처럼 생긴 밀가루 반죽을 바로바로 튀겨 위에 시럽을 듬뿍 뿌려준다. 주로 호박과 고구마로 만들어져 반죽이 빠삭 쫄깃한 게 별미이다. 시럽은 사탕수수로 만들어 오렌지 껍질과 시나몬으로 향을 입혀 특이한 상큼 달콤의 맛이 있어 한없이 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어느 날 팬케익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그 시럽이 너무 맛있어서 잠깐 해변으로 달려가 아줌마한테서 시럽을 조금 받아 팬케익에 뿌려먹었는데 진짜 그 시럽은 한국에서 팔아도 잘될 거 같다.


세비체 Ceviche 

다들 페루를 가면 세비체를 먹어보라고 한다. 세비체는 한국사람이면 좋아할 만한 회로 만들어진 음식으로 레몬이나 라임즙으로 재운 다음에 흔히 양파와 토마토와 샐러리 그리고 고수가 들어간다. 이렇게 생선이 들어간 세비체는 세비체 데 페스까도 ceviche de pescado라고 한다.


근데 나처럼 생선 비린내에 민감하면 에콰도르 세비체가 딱이다! 요즘 한국의 마트를 가면 에콰도르산 생새우가 많이 들어오는데 에콰도르는 새우가 넘쳐나는지 세비체라고 하면 대부분 새우 세비체로 알아듣는다. 세비체 데 까마롱 ceviche de camaron세비체의 새콤한 맛을 즐기면서도 새우의 비리지 않은 쫀득한 식감을 즐겨 먹을 수 있다. 실제로 페루에서도 생선 세비체를 몇 번 시도했지만 기억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한 번은 먹고 나자마자 호텔에서 배를 움켜잡고 밤새 배앓이를 해서 그 이후로 엄청나게 위생이 좋은 식당이 아니면 함부로 시도하지 않는다.


캐슈 과일 Cashew fruit

캐슈라고 말하면 다들 견과류를 생각하는데 난생처음 캐슈는 사실 과일이었다는 걸 브라질 시장에서 알게 됐다. 캐슈넛은 캐슈 사과 밑에 달려있는데 이걸 그냥 먹을 수는 없다. 독성이 있어 따로 처리과정을 거쳐 볶아야지만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보는 캐슈로 변신한다. 캐슈 과일은 망고와 사과를 섞은 향이 나는데 엄청난 과즙을 자랑한다. 식감은 망고와 비슷한 감이 있다. 과일은 참 맛있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맛이다.


문제는 그 캐슈넛인데 나는 그냥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바보 같이 칼로 씨앗 외관을 열려고 하다가 눈을 만져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캐슈넛에 하얀 가루가 좀 묻어있었는데 이게 바로 그 독이었다. 눈을 비볐는데 몇 초 안에 눈이 마취를 맞은듯한 얼얼함이 느껴지더니 빨갛게 붓는 게 아닌가.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에 가서 계속 찬물로 씻어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한쪽 눈이 퉁퉁 부었었는데 소량이라 다행이었지 유튜브 보면 생 캐슈넛을 잘못 만지거나 먹어서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 얘기로 가득하다. 


아사이 Acai 

브라질의 명물 아사이 보울! 한국에서도 한때 엄청 유행한 걸로 알고 있다. 날씨가 더운 브라질에서 이런 아사이 보울을 아이스크림처럼 판매하는 가계들이 많은데 한국이나 미국처럼 인스타 느낌으로 주진 않고 정말 아사이로 만든 슬러쉬만 듬뿍 주는 가게들이 많다. 그리고 위에 토핑으로 바나나를 많이 얹어준다. 


아사이 베리는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자라는데 블루베리 같이 생겼으면서도 살짝 흙 같은 무거운 맛이 끝에 느껴진다. 슈퍼푸드로 알려진 아사이 베리는 항산화에 매우 좋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다 필요 없고 그냥 맛있다. 사실 밖에서 파는 아사이 보울에 설탕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변가에 앉아 솔솔 부는 바람 아래서 먹는 아사이 베리는 상큼한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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