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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어도 배부르다

by 고운로 그 아이


시장에서 갓 튀겨 온 통닭이

꼬순 기름 냄새를 풍길 때

우리 하이에나들은

무뎌진 송곳니를 드러냈다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날 세운 손톱을 슬며시 감출 때쯤

오빠가 물었다

"엄마는 왜 안 드세요?"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엄마의 눈 속 깊이

은하수가 비쳤다


아이가 앓아누웠을 때

겨우 일으켜 숟가락으로 물을 떠 주니

그 한 술을 못 먹고

비 맞은 꽃밭의 죽단화처럼 픽 쓰러졌다


반나절 지나 물 한 모금으로 기운 차린 아이는

천근 같은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간신히 미음을 받아 삼켰다

은하수가 내 뺨 위로 흘러내렸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두 끼를 거르고도

배고픈 줄 몰랐다.


안 먹어도 배부른 이유를 알았다

엄마는 몰래 눈물로 배를 채우는 사람

맑고 슬픈 은하수가 차오르는 날

늘 그랬듯 꾸역꾸역

슬픔을 삼켜 버린다


엄마 눈에는 그래서 은하수가 비친다








어린 시절, 시장에서 큰 가마솥에 튀겨 팔던 통닭과, 길가 진열대에 예쁘게 놓여 있던 버터크림 케이크는 최애 기호식품이었습니다. 싸구려 기름에 튀겨진 옛날 통닭은 요즘 치킨들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맛이었는데요, 서민들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그러기에 어쩌다 한번씩, 가물에 콩 나듯, 보너스가 들어왔거나 아끼고 아끼는 삶에 쉼표를 찍는, 그런 날에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시장 보자기에 살짝 기름이 스며 있는 날이 있었습니다. 놀라 달려가서 열어 보면 기름이 스며 나온 종이봉투 속에 통닭이 들어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작은 것 두 마리가 들어 있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셋이서 경쟁하듯 통닭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하셨겠지만 생활이 넉넉지 못해 자주 사 주지 못하는 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엄마들은 그렇습니다. 그 깊은 마음속에 슬픔이 있어도 밖으로 넘쳐흐르지 않습니다. 그저 눈빛 너머로 만감이 흐르는 은하수가 비칠 뿐이지요.



지난주 수목원에 갔을 때 많은 봄꽃을 보았습니다. 다음에 정리해서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은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죽단화입니다. 장미과의 겹황매화라고 합니다.

산림 박물관 뜨락에 피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바람이 흔들어 대는지 촛점을 맞추기 힘들었습니다^^;





※글루미 릴레이 구입 링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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