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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Jun 14. 2024

인간 나미래 10

이야기 쪽방에서 만들어 본 소설입니다. 

3: 49 am

무서운 신인 Futureparrot  
또다시 음악 차트 1위 석권.
음악계의 지각 변동 예고.



미래는 한눈에 들어오는 헤드라인을 흘끗 보고 넘긴다. 

한 동안은 Futurepirate과 똑 닮은 Futureparrot 때문에 화도 나고 서글펐지만 이젠 괜찮아졌다.

외모가 같다고 해서 진짜 미래는 아니니까.

아무리 스스로를 설득해 봐도 미래 마음속에선 가상현실로 진짜 현실을 대체할 수 없었다.

결국 낙오자라고, 꼰대라고, 나이 때문이라고, 변화에 뒤처진 과거형 인간이라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가상현실과 현실 세계로 나눠진 두 집 살림이 영 번거롭게 느껴진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복잡한 건 질색하는 미래이니 물리적 존재를 가상현실로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면 현실 세계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남들이 앞으로 사라질 진짜라 예측하고, 가짜보다 가치 없는 진짜라 불러도 미래 마음속 진짜를 속일 순 없었다. 

가상현실을 진짜 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이 사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진짜 현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과거 속으로 사라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결론, 그게 흐름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결론을 내리자 괜찮아졌다. 그들과 진짜들만 가지던 세상의 것을 나누겠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쉽고도 고통스럽겠지만, 재밌고도 외롭겠지만, 편하고도 불편하겠지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끝이 있겠지. 자리를 내줘야 할 때가 오면 내 주리라. 그렇지만 미리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미래를 둘러싼 이들이 있어 미래는 진짜가 되었다.  

관계가 진짜 미래를 만드는 거였다. 그래서 관계가 어려웠던 거였다. 

진짜가 뭔지 몰라서. 진짜인 나를 봐 달라고. 진짜인 나를 마주하는 게 무서워서.

엄마, 아빠, 배우자, 아이들, 친구들, 동료들, 

그들이 보는 내 모습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가짜 희망을 뒤로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진짜가 뭐냐?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진짜의 자리를 넘보는 가짜도 내 마음속 식구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미래를 찾는 여행은 끝이 없다. 

여행 끝에 찾은 진짜가 구닥다리라 놀림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애써 찾은 진짜를 인정받지 못할는지 모른다. 

그래도 진짜를 인정받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살기로 했다. 

인정을 받지 않을지언정 진짜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나 미 래

영원할 수도 없고 우주의 시간이란 잣대에는 찰나에 불과한 존재.  

무서울 게 없다. 끽해야 죽기밖에 더 하겠나. 

찰나라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미니버스에서 탈퇴한 미래는 오늘도 자기 확언을 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딱 하나, 진짜 자유다.



4: am

아이들 마음을 보듬어 줄 책을 읽어주는 디제이를 꿈꾸며 시집을 꺼내 큰 소리로 읽는다.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4:30 am 

다이소 일기를 꺼내어 끄적거린다.

되지도 않는 허무맹랑한 소설일랑 집어치우고 아줌마의 생존 습관이나 써 볼까. 



4: 45 am

머리가 복잡할 땐 운동만 한 게 없다.

벌떡 일어나 운동 매트를 깐다. 

오백만 년 과거의 유산인 몸뚱이도 소홀히 할 순 없다.  

운동을 마치자 마음이 가라앉는다.



5: 15 am

다시 책상에 앉아 감사일기를 쓴다.

가족들, 친구들아, 고맙다. 나를 진짜로 만들어 줘서. 현재를 함께 해줘서.

죽음이라는 끝이 있으니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는 모르지만 두려워할 필요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미래는 천지개벽하듯 오지 않는다. 

그저 잠시 현재에 한 눈을 판 사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옆에 와 있다. 


미래는 안다. 

미래가 없으면 희망이 없다는 걸 

현재가 없으면 모래성을 쌓는 빚쟁이라는 걸 

과거가 없으면 흔들릴 때마다 잡아줄 뿌리가 없다는 걸

과거와 현재 미래가 같이 가야 진짜라는 걸


현재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미래의 모습을 엿보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미래가 올는지 미래는 여전히 모른다. 몰라야 미래인 거니까. 

현재 나와 같이 하는 현재인들의 선택을 믿는 수밖에.

유산을 이어받은 미래인들의 선택을 믿는 수밖에.

미래도 미래의 몫을 다하기 위해 과거, 현재, 미래 세 마리 토끼를 잡을 타임머신을 타본다. 



6:00 am

벌써? 빠르다 빨라.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현재로, 과거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순식간이다

오늘 도시락은 뭘로 쌀까?



6: 30 am

"잘 다녀와요. 오늘 도시락은 두부조림."

"고마워. 잘 먹을게. "



6:35 am

"잘 갔다 와. 버스 놓치면 문자하고. 연애도 좀 하고. 잘 찾아봐. 잘 생긴 놈 없나."

"ㅋㅋㅋ"

쾅.



오늘은 수요일. 

화장실 청소날이다.

청소하며 미래 공부도 할 겸 뉴스를 틀어 놓는다.

청소 좀 했다고 뻐근해지는 허리를 다독이는데



8: 30 am

"악 ~ 엄마 ~~~ 날파리 ~~~" 

천장을 뚫는 막내의 비명 소리에 헐레벌떡 달려간다.

인생처럼 고달픈 행복이 또 있을까. 



진짜 인간 나미래 출동이다.

"막내야, 유치원 가자. 오늘은 유치원 끝나고 놀이터에서 놀아볼까? " 





p.s. 

소소한 재미를 드리고 싶었는데 새삼 참 어려운 숙제라는 걸 깨닫습니다.  

상상에서도 현실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네요. 하하

그럼에도 저의 이름을 불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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