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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Jun 13. 2024

인간 나미래 09

이야기 쪽방에서 만들어 본 소설입니다. 

삐용삐용.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환자분, 정신 차리세요. 목소리 들리세요? 들리시면 고개를 움직여 보세요."

'희한하네. 왜 인간 목소리가 들릴까?'

정신을 잃은 미래는 병원에 들어갔다.

스캔 한 번으로 초기 진단이 나온다.

체온 정상

혈압 정상

수면 부족

영양실조



통에 팔을 넣자 따끔하더니 수면제와 영양제가 든 수액이 들어간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처음 보는 의사와 함께 엄마 얼굴이 보인다.


"엄마."

"아이고 뭐 한다고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잤어? "

"몰랐어. "

"뭘 몰라?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는 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 한 끼만 안 먹어도 배에서 난리 부르스라고 요란 떠는 애가. "

"아니야. 엄마 나 진짜 배 안 고팠어. 그리고 엄마 나 유먕한 가수 됐어. "

"귀신 신나라 까먹는 소리야. 왜 이래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

"엄마 진짜야. 나 미니버스에서 엄청 유명한 가수야. 돈도 엄청 많고. "

"근데 왜 밥도 못 먹고 그러냐. "

엄마 밥이 지금 중요해? "

"중하지. 밥을 안 먹으면 죽으니까 "

"...... 엄마 나 엄마 김치찌개 먹고 싶어. "

"정신 나간 것. 살 만한가 보네. 내가 너 때문에 심장이 얼마나 벌렁 거렸는데. 의사 선생님이 가도 된다. 이제 가자. "



엄마가 김치통을 여는 순간 시큼하고 톡 쏘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침샘이 부르르 떨리며 식욕이 솟구친다.

엄마가 피갈색 빛이 도는 묵은 김치를 한껏 달궈진 냄비에 넣자마자 타타탁 고기 기름 불꽃놀이 소리와 함께 시작을 알리는 냄새 축포가 터진다. 

오래간만이다. 엄마가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 엄마의 30년 된 압력밥솥 소리.

딱히 변변한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닌데 큰 녀석, 막내, 과거 뒤치다꺼리,  이것저것 하다 보면 1시간 거리 엄마를 보러 갈 시간도 없이 살았다. 화상 통화도 있는데 뭘.

"김치 엄마가 담근 거지? 산거 아니지? "

"아니야. 야 엄마가 언제 김치 사디? 뚱딴지같은 소리야. "

"엄마 엄마 김치레시피로 내가 만들어 팔까?  "

"실없는 소리. 정해진 레시피가 어딨어. 해마다 배추 상태 봐서 다른데. 여름에 담그는 김치 다르고 , 질긴 배추 다르고. 그때그때 배추 봐가면서 하는 거지. "

"...... 맨날 똑같은 배추로 하면 안 돼? 그리고 저번에 나 김장하는 거 가르쳐 준 대로 하면 되잖아. 그렇게 하면 안 돼? "

"재료가 같다고 맛이 다 똑같냐.  손맛이 다른데. "

"그런가. 그래도 엄마 김치 팔아서 돈도 벌면 얼마나 좋아. "

"야 사람은 다 자기 그릇이 있는 거야. 김치 담글 줄 안다고 모두 다 김치 만들어 팔면 어떻게 하냐? 나처럼 자기 먹을 거나 담그는 사람도 있고, 김치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거지. 난 이게 더 좋아. 열무 먹고 싶을 땐 열무 먹고. 총각무도 먹고 싶고. 짜게 먹고 싶으면 짜게 먹고, 싱겁게 먹고 싶으면 싱겁게 먹고. 내 먹고 싶은 대로. "

" 엄마. 그럼 돈을 못 벌잖아.  대중의 마음을 읽어야 돈을 번다고. 맨날 돈 돈 하면서 사는 거 지겹지도 않아? "

"그건 그렇지. 할 수 없지. 마음대로 살면서 돈까지 많이 벌려고 하면 욕심이지. "

" 그래도 어떤 사람은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거 하면서 성공했다던데. "

" 그들이야 하늘이 내린 거지. 타고난 걸 어쩌겠어. "

"쳇. 기껏 해서 팔자타령이야? 시시하게. 결국 주어진 대로 살라는 거 아니야. 억울하지도 않아? 성공할 팔자가 아닌 게? " 

" 성공만 재미냐. 자유도 재미고, 새끼들 크는 것도 재미고 다 재미지. 그러니 남 부러워할 시간에 너가 가진 걸 그냥 야무지게 재미나게 즐겨. 인생을 바꾼 것도 팔자고 운명인 거야. 지가 잘라서 팔자 펴고 성공한 줄 아나. 그래서 오만방자하면 안 돼. 

성공했다고 거드름 피울 이유도 실패했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 " 

"......" 


"엄만 왜 살아? "

" 얘가 오늘 왜 이래. 야 너 뇌검사 해야 하는 거 아냐? 왜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하고 그래? 의사 선생님이 너 쉬어야 한다고 했어. "

"엄마, 아프지도 않고 마음대로 다할 수 있는 그런 세상 있으면 그러면 그런 세상 가서 사는 거 어때? "

"그게 죽은 거야. 그게 천국이지. "

"아냐 엄마 그거 천국 아니야. 그런 세상이 진짜 온 다니까. "

"그럼 뭐 하냐 죽은 건데.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거랬어? "


" 왜? "

" 한번뿐이니까 그렇지. 그걸 아직도 몰랐냐. "


" 엄마 나 열심히 사는 거 알지? 엄마 그런데도 미래에 준비가 안 되면 어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그래도 행복하지 않으면 그래도 성공 못 하면......"

" 어미야, 너무 애쓰지 마. 현재가 없으면 미래가 없는 거야. 아무리 널을 뛰어도 지금 없이 미래로 갈 수는 없어. 너 새끼들 잘 키우고 너 하는 거 열심히 하면 괜찮아. 스스로 떳떳하면 누가 널 더러 초라하다고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냐. 무서워하지 마라. 기껏해야 죽기밖에 더 하겠냐? " 



" 엄마,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떨까? "

" 아우 징그러. 그게 뭐야. 너 혹시 나중에 나 연명치료 그런 거 할 생각하지 마라. "

" 엄마 생각을 바꿔봐. 할머니 돼서 아프면서 사는 게 아니고 엄마 한창때처럼 살 수 있대. "

" 야야 사탕도 많이 먹으면 단 맛인지 모르는 거야. 원래 쓴 약 먹고 딱 하나 먹을 때 제일 맛있는 게 사탕인거지. "

" 치 난 맛만 좋던데. 사탕을 바꿔 먹으면 되지. 세상에 맛있는 사탕이 얼마나 많은데. "

" 사탕만 먹고살아도 좋을까? 너 좋아하는 김치찌개는 어쩔 건데? 그래도 사탕이 사탕일까? "
"......  김치찌개맛 사탕은 어때? "

" 하하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애야 애. 엄마가 끓여준 거 먹고 싶었다며. 내가 특별히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네가 엄마맛 찾는 이유가 뭐겠어? 그게 사탕으로 되겠냐? " 





"엄마, 엄마 미니버스 하는 거 아니지? "

"왜? "

"아니 거기서 엄청 유명한 가수가 있는데 사라졌다고 난리거든.

희한하게 엄마 같은 느낌이 나서. 자기가 무슨 상담사인 양 충고했다는 명언도 막 돌아다니고. 촌스럽긴."

"그게 왜 촌스러워? "

"남들도 다 아는 건데 말 안 하는 것 뿐이쟎아. 마치 자기만 아는 것처럼. "

"...... 당연 아니지. 왜 그랬으면 좋겠냐? 

"아니."

"왜? "

"엄마 거기도 우리 사는 거랑 똑같아. 처음엔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을 거 같지만 결국 다 똑같은 거야."

"그래? 그럼 너 그거 이제 안 해?"

"응. "

"왜? 시시해졌어. 미니버스도 이제 한물갔지. 하도 꼰대들이 많아져서. 돈 내라는 것도 많고. 이제 홀로 그림이 대세야. 그거 진짜 장난 아니야.  엄마도 미래 공부 좀 해. "

"홀로 그림도 현재거든. 

미래 좀 본다고 잘난척하면 안 된다고 다들. 현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미래가 쌓아지는 거니까. "

"피식. 잔소리 엄마가 다시 돌아왔네. "



"엄마, 나 학교 다시 갈 거야. "

"왜? "

"학교에 엄청 유명한 인기 많은 애가 학교 다시 가서 내 친구들 다시 학교 온대."

"그래? "

"그리고 내가 저번에 미니버스 수영대회에서 1등 한 거보다 실제 수영대회에서 5등 한 게 더 신나더라고. 내가 생각해 보니 내가 정말 잘하고 싶은 건 물에서 하는 수영이더라고.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게 아니고. "

"그래?  "

"그냥 난 진짜로 하는 수영이 좋아. 물도 좋고. "

"그래도 실제로 하면 힘들잖아. 1등도 못할 테고. "

"상관없어.  힘든 게 쾌감이 있어. 어깨도 각이 잡히고. 그래야 옷테가 산다고. 낄낄. 게다가 내가 좋은데 뭘. "

"그럼 이제 전혀 안 해? "

"아니 가끔은 하지. 진짜 경기 같으니까 경기 운영 능력 같은 거 연습할 때나 애들 만나서 놀 때."

"응. 그렇구나."

'네가 맞이할 미래는 네가 개척하겠지. 믿을게. 큰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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