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부터 지금까지, 에볼라는 계속되었다
지난해 8월 1일 콩고민주공화국(이후 DR콩고) 정부에 의해 에볼라 발병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북부 키부 지방에서 에볼라 사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최근엔 DR콩고 접경지역인 우간다의 카세세 구(Kasese Distrct)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오며 에볼라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6월 16일 기준, 세계 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의심/확진 환자 케이스는 2,168건이었고, 사망자는 1,449명으로, 2014-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에볼라 케이스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 사태의 감염 케이스는 28,616건이고, 사망자는 11,310명이었다.
나는 지난해 8월과 12월, 그리고 올해 2월 각각 이번 에볼라 발병에 대한 글을 썼지만, 한동안 업데이트가 뜸했다. DR콩고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 일들이 DR콩고에서 일어난 일들이라 종종 잊히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일들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분명 세계 여러 언론의 1면에 올랐을 것이고, 더 많은 주목과 더 많은 지원을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도 반성하며, 오랜만에 에볼라 발병 업데이트를 전한다.
(그동안의 에볼라 관련 글)
(2018년 8월 26일)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2
(2018년 12월 2일) https://brunch.co.kr/@theafricanist/61
(2019년 2월 16일) https://brunch.co.kr/@theafricanist/66
지난 몇 개월 동안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케이스가 나온 보건구(Health Zone)의 수와 감염 케이스, 사망자 수도 늘었지만,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우간다에서도 에볼라 감염 케이스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일 것이다. 이로써 DR콩고의 10번째 에볼라 발병은 우간다의 6번째 에볼라 발병을 일으켰다. 이번 업데이트는 우간다의 케이스와 보건당국의 대처를 중심으로 간단히 작성되었다.
WHO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6월 11일에 우간다의 보건부가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내린 5세 아동은 우간다-DR콩고 접경 지역인 카세세 구(Kasese District)에서 해당 판정을 받았다. 이 아동은 이번 발병 사태가 최초로 보고되었던 DR콩고의 마발라코 보건구(Mabalako Healh Zone)에서 6월 1일 있었던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했는데, 그 할아버지는 6월 2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장례식 이후, 5세 아동과 그 가족은 6월 10일 국경을 통과하여 우간다로 들어온 이후, 아이가 아파서 우간다의 보건소를 방문했고, 보건소 직원은 그 아이를 에볼라 의심환자로 분류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확진 판정이 내려졌고, 아동은 12일 새벽에 사망했다. 이어 아이와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던 아이의 할머니와 3살 배기 동생 모두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할머니는 6월 12일에서 13일로 넘어가는 밤 사이 사망했고, 뒤이어 3살 배기 동생도 사망했다. 이 아이가 방문했던 보건소의 보건 직원은 이미 백신 접종이 완료된 상태였으며, 우간다 보건 당국은 이 확진 환자들과 접촉했던 100여 명을 파악하여 모니터링 중이고, 카세세 구를 중심으로 예방접종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우간다의 에볼라 발병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반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무역을 위해, 친지 방문을 위해, 종교적 이유로 인해 일상적으로 국경을 넘나들고, 비공식적으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에볼라 오랜기간 발병했음에도, 최근까지 우간다에 에볼라 감염 환자가 없었던 것이 놀라운 일이었을 수도 있다.
우간다 보건부 장관은 첫 번째 에볼라 발병을 발표하며, "에볼라는 이제 실재하며,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침착하길 바랍니다. 우리의 전략은 여전히 예방, 조기 발견 그리고 적절한 대응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우간다 보건당국은 이 세 건의 확진 환자 이후, 1주일 동안 추가 환자가 없었다는 점을 발표하며, 소셜미디어에서 에볼라 발병에 대한 루머를 그만 퍼뜨려 줄 것과, 에볼라는 실재하며 의심환자 신고는 각 지역 보건소나 무료전화 0800-203-033이나 0800-100-066으로 전화 달라는 호소도 덧붙였다.
에볼라 발병 케이스가 우간다로 옮겨가며, 많은 외신들은 DR콩고와 WHO의 에볼라 통제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예를 들면, 워싱턴 포스트는 6월 20일, "에볼라가 근 1년 동안 퍼진 지금, 공무원들은 대응책을 '리셋'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냈고, CNN은 6월 23일, "에볼라에 대응하는 것은 어렵지만, 콩고에서는 불신과 공포가 이를 더 어렵게 한다"라는 기사를 내며, 콩고 내에서 에볼라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고, 체계가 잘 갖추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물론, 해당 발병 지역에는 많은 반군들이 활동하고 있고, 주민들 또한 의료진을 불신하거나, 에볼라의 존재를 믿지 않는 등, 보건당국이 에볼라 통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때문에 이 사태가 길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수많은 에볼라 발병 사태에 대응해왔던 WHO나 DR콩고 보건당국의 노력과 역량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6월 18일 발표된 WHO의 보고서는 지금까지 약 13만 명의 접촉자를 등록했고, 6월 16일 기준, 16,054명은 여전히 감시 중이며, 추적관리율은 89%로 높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지난 7일 동안 매일 평균 1,515건의 경보가 접수되었고, 이 중 92%는 보고 시간 기준 24시간 내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또한 WHO는 인접국가인 르완다, 우간다, 남수단, 부룬디에서도 에볼라 확산에 대비한 보건인력 예방접종, 교육훈련, 공동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볼라 대응의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대재앙을 막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금요일, 네이쳐는 "전장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에볼라 워커들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어 현장에서 에볼라와 맞서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전했다. 이 기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Marie-Roseline Darnycka Bélizaire라는 아이티 출신의 역학자였는데, 이 일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동료 역학자가 괴한들에게 살해당했던 바로 그 병원으로 돌아가 일하기도 했다는 일화를 이야기했다.
당신이 약하더라도, 당신은 약할 수가 없어요. 당신이 리더라면 당신은 강해져야만 하거든요. 만약 제가 강하지 않다면, 사람들은 이 직업이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할 것에요.
Marie-Roseline처럼, 세계 각지에서 날아와 목숨을 걸고 에볼라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영웅'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묘사할 말이 없는 것 같다.
한편 지난 토요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있었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예선에서는 우간다가 DR콩고를 2대 0으로 격파했는데, 몇몇 우간다 네티즌들은 "에볼라 더비"에서 우간다가 자국에 에볼라를 퍼트린 DR콩고를 벌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에 대비해서도 WHO는 DR콩고 축구연맹과 협력하여 이집트로 여행하고자 하는 DR콩고 축구팬들 중 에볼라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대로, 일어나면 일어난 대로,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간과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표지 사진: 우간다 카세세 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에볼라 예방접종 모습. Photo: W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