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구의 뒤도, 누구의 그림자도 아니다
"혼자 있는 법을 배운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독일 철학자)
퇴직 이후,
무엇보다 낯설었던 건
‘함께 걷던 사람들’이 사라진 길 위에서
혼자 걷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언제나 옆에 있었던 동료들,
묵묵히 등을 맡겼던 후배들,
격려든 견제든 나를 바라보던 상사들…
그 익숙한 무리가 어느 날 사라지고
나는 홀로 남았다.
마치 단체 등산을 하다가
산 중턱 어딘가에서
무리를 놓친 기분.
그 순간,
길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심지어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혼란스러웠다.
“혼자 걷는다는 건 이렇게 허전하고 무력한 일이구나…”
하지만, 그건 단지
혼자 걷는 연습이 안 되어 있었던 나의 문제였다.
회사의 간판 없이,
직책 없이,
타인의 시선 없이,
내가 나로서 서는 연습.
그건 어쩌면
진짜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그 누구의 명함도 아닌
‘내 이름’으로 살아가는 법.
나의 철학, 나의 색깔, 나의 속도로
앞으로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가는 일.
그래서 지금은 문득
혼자 걷는 이 시간이
오히려 더 자유롭고,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혼자라서
더 잘 들린다.
내 내면의 소리,
진짜 원하는 것,
가야 할 방향이.
혼자라서
더 잘 보인다.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
어떤 삶을 만들고 싶은지.
혼자 걷는 시간은
삶의 가장 깊은 근육을 단련하는 시간이다.
타인의 박수와 시선을 내려놓고
내 삶의 진짜 무게와 균형을 잡아가는 시간.
이제 나는,
누구의 그림자도 아닌
내 인생의 리더로
스스로의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