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던 날
어제는 오랜만에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하루였어.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귀국 후부터 이어진 감정인데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켠에 불안감과 우울감이 계속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아.
딱히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니라서 그냥, ‘이 나라는 나랑 안 맞아’ 하는 그 익숙하고 지긋지긋한 생각이 또 습관처럼 찾아온 것 같았어.
나는 그럴수록 글을 쓰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며 기분 전환을 하려고 해.
어제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일을 하고, 운동까지 마치고 상쾌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지. 그러다 일주일 전에 밑창을 덧대는 수선을 맡겼던 여름 슬리퍼를 찾으러 들렀어.
그런데 역시나, 내가 찾으러 간 그날에야 부랴부랴 작업을 시작하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어. 약간 짜증이 났지만, 로마에 왔으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하니까 아무 말 없이 기다렸어. 오히려 대충 작업을 하거나, 내가 아끼는 신발을 망쳐 놓을까 봐 걱정이 되었어.
30분쯤 지나 신발이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밑창이 고르지 않았어.
그래도 크게 티 나지 않는 부분이라 그곳만 다시 손봐 달라고 부탁했어.
또다시 30분이 지나 신발이 나왔는데, 이번엔 신발 본체의 나무 부분에 금이 가 있었어.
그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주인에게 항의했더니, 신경질적인 그 남자가 카운터를 나와 내 신발을 빼앗더니, 금이 간 부분을 억지로 벌려 아예 찢어버렸어.
나는 놀라서 소리쳤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러자 그 마른 체구의 60대쯤 되어 보이는 주인이 이렇게 말했어.
“씨발, 이건 그냥 신발일 뿐이야.”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이렇게 맞받아쳤어.
“너한테는 그냥 fucking 신발일지 몰라도, 내게는 아주 비싸고 소중한 거야. 네가 내 눈앞에서 그걸 찢어버려서 지금도 온몸이 떨려.”
그러자 그는 “붙이려면 어차피 찢어야 돼!”라며 소리쳤어.
남편은 그 상황을 보면서 어쩔 줄 몰라 했고, 오히려 그 주인의 말을 되풀이하며 나를 진정시키려 했어. 마치 내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어린아이인 것처럼 말이야.
나는 늘 그랬듯, 내 편이 되어주지 못하는 남편 앞에서 내 행동을 정당화하기 시작했어.
비싸고 서비스도 별로지만, 유명세를 믿고 ‘적어도 망칠 확률은 낮겠지’라는 기대 하나로 그곳에 신발을 맡겼다고.
일주일 뒤 찾으러 온 오늘도 사과 한마디 없이 기다리게 했을 때도, “괜찮다, 신발 수선에만 최선을 다해 달라”고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냐고.
그런데 결국 결과는 걱정대로 엉성하고 심지어 그는 내 소중한 신발을 내 눈앞에서 무례하고 폭력적으로 찢어버리고, “씨발, 그냥 신발일 뿐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그 순간, 나는 그가 장인도, 인간적으로도 수준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신발들을 한꺼번에 맡기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이 황당하고 모욕적인 상황에 나는 여전히 온몸이 떨리고 슬프다고.
남편은 그제야 내 말을 조금 이해한 듯했어.
그때 가게 안의 사람들도 내 독백을 조용히 듣고 있었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어.
이 사건 하나에, 마치 이곳에서의 내 인생 전체가 겹쳐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야.
분노보다도 이건 슬픔이었어.
너무나 서럽고, 고달프고, 지친 마음의 내가 보였어.
집에 와서 잠들기 전까지도,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펑펑 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