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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Apr 28. 2018

원하는 것을 명확히 했을 때 벌어지는 일

도움이 필요하면 알려달라더니♥

- 처음으로 인터뷰를 돈 받고 하게 됐다.


매번 커피와 디저트를 사며 인터뷰하는 게 부담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커피값이라도 받으며 인터뷰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요즘 내마음보고서를 8만원에 팔던데. 나도 인터뷰 몇 번해서 작은 책 한 권 만들어줄까. 이런 얘기를 하도 떠들고 다녔더니 한 친구가 진짜 해보고 싶다며 돈을 냈다.(최저시급으로 계산했다는데 너무 많이 줬...ㄷㄷ) 하여 4개월에 한 번씩, 총 3번, 그러니까 1년 동안 그의 생각을 기록해주기로 했다. 나의 글도 덧붙여서. #지금내가원하는건_돈과마감과쪼아줄사람


- 개인적으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다.


인터뷰이 추천도 많이 받는다. 가만히 있어도 인터뷰이가 되어주시겠다는 분들이 생기다니. 이게 다 '본격 질문쟁이가 되고 싶다', '인터뷰를 하며 나는 이런 걸 생각하고 배운다'는 류의 글을 쓴 덕이다. 제가 뭐라고.. 뭐라도 될게요.. 감사합니다.


- 5월부터 '트레바리 인터뷰어' 파트너를 하게 된다.


한 크루가 이 클럽을 보자마자 내가 떠올랐다며 파트너를 제안해주었다. 지금 멤버가 14명인데 더 안 왔으면 좋겠다. 지금 인원이 딱 좋다. #미안해요트레바리


- 갑자기 집으로 택배가 온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저번에 쓴 글을 보니 앞으로 과정을 기록하기로 한 것 같던데 응원한다"는 말과 함께. 가끔 인간이 아닌 천사가 있다.





1.

개인적으로 엄청난 혼돈의 몇 달을 보냈다. 나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그간의 행보와 선택의 이유들을 설명하는 나날들이었다. 그냥 이유 말고 확실한(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했다. 내가 받은 질문들을 한 줄 요약하자면 '왜 꼭 너는 그 길을 걸어야만 했니?'였다. 꼭.. 꼭이라는 건 너무 어려운 단어다. 작년에 확신에 대한 짧은 글을 쓴 적이 있다. 거기 나는 이렇게 적었다.


그래서 선택을 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쏟진 않는다. 뭐든 선택하고 일단 부딪힌다. 애초에 내게 굳은 믿음이란 없을뿐더러, 마음보다는 행동이 더 믿을만하다. 그리고 부딪혀나가는 과정에서 '예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나아진 것 같은지, 더 마음에 드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묻는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보다 '그로 인해 어떻게 변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근데 사실 그 변화는 해보기 전까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니 일단 해본다. 그 후 끊임없이 묻는다. 만약 내가 더 나아지고 있지 않다면 언제든 선택을 바꿀 수 있도록.


2.

트레바리에서 일한 것도 그런 선택들 중 하나였다. 2016년 초의 나에겐, 여덟 개 정도의 독서모임을 돌리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것이 별로 없었다. 회사가 얼마나 클지, 어떤 커뮤니티로 발전할지, 함께 키우면 나중에 어느 정도의 보상이 돌아올지, 여기서 어떤 것들을 배우게 될지, 이후 나의 커리어는 어떻게 풀리게 될지,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될지.. 모든 것을 어렴풋이 추측할 뿐이었다. 당시 <사소한 인터뷰> 팀원으로 대표님 인터뷰에 참여한 게 인연이 되어, 갑자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은지라 더 모르는 게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게 된 이유는 아래 두 가지였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대표님이 마음에 들었고,

그 어디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거라는 것.


#무식한놈이용감하다던데 #멤버한번안해봤음 #먹어보지도않고만든꼴


3.

사실 그때의 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네트워크의 정의를 찾아보니 '어떠한 일이나 문제점을 처리하는 데 각 기관 따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체계'란다. ㅇㅇ 바로 이거였다. 이러한 체계가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들이는 노력의 양은 적지만, 훨씬 빠르고 결과의 퀄리티도 좋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어? 거기 저 아는 사람 있는데 한 번 물어볼게요/부탁해볼게요."와 같은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어떤 일'이 내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라면 어떨까. 실제로 많은 기회와 도움은 사람에게서 온다. 특히 스타트업은 그렇고, 이직은 더욱 그렇다. 믿을 만한 사람의 추천이 가진 힘은 이력서 속 그 어떤 한 줄보다 힘이 크다. 이쯤 되면 중요성이 아니라 필요성이라고 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뼈저리게 필요하니까.


#학연지연혈연말고_인연


4.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회와 도움에는 언제나 전제가 있다.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할 것.(필요한 것과 한 끗 차이라고 본다.) 이 세상에 내가 원하는 게 뭔지부터 고민해주는 사람은 드물다.(가끔 인간이 아닌 천사가 있기에 없진 않다.) 스스로 뭘 원하는지 잘 모르면 도움을 주기 힘들다. 그걸 알고부턴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실 지금도 과정 중이고, 저번에 쓴 글도 그 시도 중 하나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글 한 편의 힘이 컸다. 선물 같은 기회와 도움들을 많이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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