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로 버틴 여름캠프의 결론
'캐나다에서 40일 살기'를 계획하며 가장 욕심을 내었던 것이 아이들의 여름캠프 (Summer Camp) 참여입니다. 여름캠프를 계기로 우리 아이 둘이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영어의 필요성을 스스로 깨닫기 바라는 엄마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두 아들의 영어 수준은 엄마의 후한 평가 기준에도 상중하에서 "하"입니다. 첫째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방과 후 학원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학원을 다녔지만, Apple 스펠링을 하나도 쓰지 못하고 Mother를 읽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영어 학원을 "놀러" 다녔구나. 영어학원의 "체육"시간이 가장 좋다고 하더니. 정말 놀기만 했네. 그렇게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모두 이제 막 파닉스를 시작했습니다.
"영어에 대한 호기심만 생겨라.
그럼 엄마가 한국에서 영어를 마음껏 배우게 해 줄게"
무모한 엄마의 간절한 마음과 계획으로 영어를 한마디도 뻥긋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캐나다 여름캠프에 3주 동안 던져졌습니다.
캐나다는 긴 여름 방학 동안 대학교와 고등학교를 비롯, 지역 커뮤니티센터, 학원, 사설기관 등에서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과 꽉 찬 스케줄로 아이들의 여름캠프가 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일정과 프로그램을 선택해 참석합니다. 특히, 해외에서 참석하는 아이들에게도 동일한 프로그램에 동일하게 참여가 가능합니다. 연극, 과학, 수학, 스포츠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우리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당연히 스포츠입니다. 영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숲을 체험하고, 다양한 스포츠를 배우고, 산에서 캠핑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드디어 첫날입니다. 엄마도 아빠도, 우리 아이들이 잘할 수 있을까 같이 긴장되고 "만약에....", "혹시....."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자꾸만 걱정이 앞섭니다. 더구나 캐나다의 밴쿠버 아일랜드, 빅토리아에서 보내는 여름캠프에는 한국 아이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기본적인 표현들을 열심히 연습시켰습니다. "Can I go to a washroom?" "Please call my mom", "My name is... I'm from South Korea."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무한 반복 시켰고, 엄마 아빠 연락처를 카드에 적어 가방에도 넣어두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울고 왔다는 친구의 후기가 생각나 엄마가 너무 무모했나를 잠깐 반성도 했습니다.
둘이 같이 첫 번째 캠프 "Forest Seeker"의 첫날 차 안에서 "잘할 수 있어?"라고 물어보는 엄마의 걱정 어린 질문에 둘째 아이가 답합니다.
"엄마 나는 눈치가 있어서, 눈치로 친구들 따라 하면 되지!"
참 당당합니다. 아이의 듬직한 말에 자신 있는 대답에 너무 놀랐습니다. 우리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오후 4시 픽업하러 갑니다. 저 멀리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들과 잔디 하키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를 보고 뛰어오며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에 모든 걱정이 사르르 녹아버렸습니다. 다만, 눈치게임에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눈치로 스낵타임에 친구들이 간식을 먹는데 우리 아이들은 점심 도시락을 먹어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잘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 씩씩하고 덤덤합니다. 맛있게 먹었으니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참 기특합니다.
두 번째 캠프는 빅토리아의 Beaver Lake, 넓은 호수와 숲 속에서 진행되는 캠프입니다. 아침 8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나는 이 캠프에는 건물이 없습니다. 화장실도 예전 우리나라의 푸세식과 같은 화장실이 있다고 합니다. 하루종일 호수에서 수영하고, 카누를 타고, 숲을 다녀옵니다. 신발은 늘 구정물에 담가져 있고, 바지 양 주머니 흙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돌아오는 차에서는 코를 골며 곯아떨어집니다. 마지막 날엔 10K 하이킹을 합니다. 10KM라고?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도 걸으면 힘든 그 거리를 우리 아이들이 자기 가방을 메고 다녀온다고 합니다. 할 수 있을까? 엄마의 걱정 풍선이 점점 커집니다.
우리 아이들은 해냈습니다! 8시간을 걷고, 쉬고, 또 걸으면서 완주를 했습니다. 둘째 아이는 울음 폭발이 2번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2번 울었는데 옆에 있는 다른 친구가 4번 울어서, 꼴등은 아니라고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형은 옆에서 응원해 주고 기다려주고 가방을 들어주고 함께 했다고 합니다. 정말 해냈습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그리고 형제애도 폭발했습니다. 둘이서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이, 자연 속에서 뒹굴며 보내는 다시 못할 이 경험이 무모했던 엄마는 참 뿌듯합니다.
마지막 캠프는 빅토리아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스포츠 캠프입니다. 대학생이 사용하는 체육관을 그대로 사용해, 그 규모도 시설도 어마어마합니다. 3주 차 캠프에 처음으로 두 아이가 떨어져 각각의 캠프에 참여합니다. 첫째에게 한 친구가 물어보았습니다. "Are you from Upper or Lower Korea?" 순간 "South Korea"만 연습한 우리 아이는 당황, 못 알아들으며 Upper라고 했더니 모든 아이들이 눈이 동그라미가 되며 "What? Really?"라고 놀라더라고 하네요. 그래서 눈치를 채고 "SOUTH KOREA"라고 다시 정정했다고 합니다.
여름 캠프는 대부분 아이들과의 "놀이"로 이루어집니다. 나이대가 비슷한 아이들이 거의 매일 게임을 했는데, 첫째 아이가 3년을 다닌 영어 학원에서 가장 좋았다는 그 "체육"시간에 했던 게임들이었다고 하네요. 이미 너무 익숙한 게임이라 재미있게 참여했다고 합니다. 영어학원에 돈을 그냥 버린 것만은 아니고, 남는 것은 있었네.라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가 납니다.
여름 캠프를 모두 마친 아이들. 우리 아이들은 잘 적응했고, 말이 안 통해도 당당했으며 무엇보다 즐거워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얻어 가고, 도전을 받아들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 많이 컸고, 성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했던 기억, 즐거움을 찾은 마음, 그 도전의 기억의 씨앗들이 마음속 깊이 튼튼하게 뿌리내려 단단하게 자리 잡아 함께 커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여름 캠프를 마친 우리 아이들이 처음 한 말입니다.
여름 캠프를 마친 우리 아이들이 처음 한 말입니다.
"엄마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길 참 잘한 것 같아"
"왜"
"캐나다에서 태어났으면 영어를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태어나서 영어를 안 해도 되잖아~"
참 진지하게 말하는 아이들. 음. 영어의 관심을 키우겠다는 엄마의 원대했던 계획은 실패입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새로운 도전으로 만들어진 즐거움이 가득하다면 그것 만으로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