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동에서 환자들은 병실에만 있지 않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은 장염처럼 가만히 수액 맞는다고 낫지 않기 때문이다. 적절한 활동과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인지, 환자들은 의사와 면담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다른 환자들과 말하면서 지낸다. 그리고 그 대화의 장이 바로 중앙홀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폐쇄병동의 거실이다.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할 때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병동에 미친 사람끼리 같이 있으면 더 안 좋아지는 것 아니에요?"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이 전염성이 강하다고 믿는 분들이 많이 있다. 다양한 오해가 있고, 설명할 것이 많지만 일단 여기서는 넘어가겠다. 나도 처음에는 애매하게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4년차 쯤 되니까 말할 수 있다. 오히려 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치유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 아주 가끔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치유를 같은 환자들에게 얻고 간다고 말이다.
중앙홀에서는 오전, 오후에 1시간 정도 치료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추후 다루겠다. 이 치료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이제 각자 활동을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때 환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이 환자들 간의 상호작용, 즉 대인관계가 중요하다. 왜일까? 그건 대인관계가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이기 때문이고, 이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을 발생시키기도, 악화시키기도, 치료가 된 후에 재발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때, 진짜 일이 많아서 힘들면 보통 피로하다, 피곤하다고 하지 스트레스받는다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상한 상사, 질투하는 동기, 어리바리한 후배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받는다고 한다. 언어에 대인관계가 중요한 스트레스라는 사실이 묻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가 이 대인관계를 잘 처리해 나갈 수 있도록 환자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붇는다.
그렇지만, 병동에 성격장애 환자가 없다는 전제하에, 대부분의 경우 환자들은 중앙홀에서 자기들 스스로 상당히 건강한 관계를 쌓아나간다. 오히려 실습을 위해 나와있는 간호학생이나 의과대생들과는 환자가 너무 의존하거나, 이성으로 봐버리는 등 왜곡된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급성 증상이 조절되면 대부분 순박하고, 협조적이었다. 사회에서는 순진하고 악의가 없어서 대인관계에서 손해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병동에서는 서로를 돕고, 위로하고, 칭찬했다. 그들은 서로를 치유하고 있었다. 나는 당당히 말한다. 필요하다면, 폐쇄병동에 부담 없이 입원하시라. 당신이 이전에는 이상하다고 여겼던 환자마저도 당신을 치유할 것이라고 말이다.
환자들이 서로를 보듬는 중앙홀, 수다 완료.
사진 출처 : Kelsey Chanc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