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 위의 새벽

by 최은녕 라온나비

문지방 위의 새벽


가장 긴 밤의 허리께
작은 촛불이 흔들린다


어둠은
더 깊이 내려가려는지
창턱 아래에
그림자를 한 겹 더 얹는다


그러나 집 안 어디선가
하얀 숨결 하나
천천히 빛을 불러들이고


나는 알았다
끝까지 내려가야만

비로소
돌아오는 길이 열린다는 걸


팥죽 냄새가
오래된 기억처럼 퍼질 때
가장 긴 밤은
조용히 등을 돌리고
새벽의 푸른 옷자락을
문지방 위에 내려놓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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