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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항아리

by 최은녕 라온나비

엄마의 항아리


무릎이 아파도

밭으로 나가시고
고추, 배추, 무를

손끝에 담으시네
묻어둔 항아리 속엔

붉은 빛이 가득하다


햇살 아래 구부린 등엔

세월이 걸터앉고
알싸한 갓 향기 속에

정성이 녹아들어
손끝에 빚어진 맛은

시간이 깊게 스민다

겨울바람 문틈 사이로

차가운 날 찾아와도
꺼내온 김치 한입에

밥상은 봄날이네
빨갛게 농익은 맛은

엄마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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