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들었어? 강 이사가 어제 그러더라고. 신 부사장이 네가 부서 이동을 원하는데 혹시 받을 의향이 있냐고. 그래서 강 이사가 너 만나서 지금 하는 프로젝트 상황하고 너 의향 좀 확인해 보라고 하셨거든. 결론적으로 말하면 강 이사 생각은 너 오는 것은 환영. 하지만 프로젝트는 끝내고 와서 우리 팀 일을 풀로 해줄 것 이야. 아무래도 프로젝트를 계속하게 되면 우리 팀을 완전히 할 수 없을 거니까” 박 선배는 조금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대표이사하고 부사장과 비밀 프로젝트를 한다는 녀석이 정작 자기 부서이동에 대해서는 모르니 박 선배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제가 프로젝트로 차출되어서 팀 일을 잘 못할까 봐 걱정이 되시는 거네요. 그러니 프로젝트는 완전히 정리하고 이동을 하라는 말씀이지요?” “그래. 아무리 유능해도 자기 밑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팀에서 무슨 소용이 있냐는 거지. 그리고 그 프로젝트 솔직히 대표이사가 드라이브하는 거지 거의 모든 임원이 다 반대하고 있잫아. 심지어 신 부사장 까지도. 그리고 예전에 네가 우리 팀 일 하다가 대표이사 프로젝트가 생기면 중간에 차출되고 차출되고 하니 너 개인으로서는 좋은 경험이 될지는 몰라도 팀으로서는 안 좋다는 생각이셔. 바로바로 사람을 구할 수도 없는 거고”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래 일단 알았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진행되는 상황은 나에게도 알려주고 ” 박 선배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밖으로 나갔다. 민재도 박 선배를 따라 회의실 밖으로 나가려는데 불현듯 2주 전의 일이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민 부장, 그 사람인가? 그래서 그때 그렇게 날 생각해주는 척하면서 함정을 판 거였나?’ 2주 전 오후, 민재는 사무실에서 한창 화상회의 중이었다. 민재가 맡은 프로젝트 관련해서 내년 제품 공동 출시 때문에 현지 파트너 사 주요 인력들과 판매전략을 협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바지춤에 넣은 휴대폰이 계속 울리면서 민재의 신경을 건드렸다. ‘누구지? 분명히 회의 시작하기 전에 메신저 상태를 ‘회의 중’으로 설정을 해놓아서 내가 회의 중인걸 알 텐데 알면서 이렇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는 게 누굴까” 신 부사장 일리는 없다. 보통 신 부사장은 민재가 메신저 응답을 안 하면 비서를 시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민재는 누구든지 매우 급한 일이거나 매우 매너가 없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마침 파트너사에서 기술적인 질문을 해온 것을 우리 엔지니어가 실시간 화면 공유를 해가면서 간단히 설명할 상황이 되어 민재는 그 사이 메신저를 열었다. 메신저는 민 부장이었다. “정 차장, 16시에 잠깐 좀 보자. 시간 가능?” “대답이 없네. 회의 중인가? 회의 중이라도 시간 되는지 안되는지만 먼저 응답 바람” “정 차장?” “??” 민재가 회의 중인걸 알면서도 본인 메신저에 응답을 하라고 계속 재촉을 했던 것이다. ‘네 부장님. 지금 파트너사 하고 화상회의 중이여서 대답을 바로 못했습니다. 16시 괜찮습니다. 혹시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시는 지요?’ ‘어 보면 알아. 16시에 B회의실에서 보자’ 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하고 무조건 까라면 까라는 건가? 신 부사장도 미팅을 잡거나 면담을 요청할 때 무슨 건인지 말을 해주는 데 이 민부장은 그런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도 없는 사람이었다. 민재는 15시 50분이 되자 약속했던 B 회의실로 갔다. 어찌 됐건 민부장이 상급자라 먼저 가서 기다리려고 10분 일찍 갔는데 회의실에는 민 부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 민재야 앉아라. 프로젝트 바쁘냐? 대표 이사님이 직접 챙기고 계신 건이니 성심성의껏 잘해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에서 실무자는 너 밖에 없으니 잘 챙겨야 돼. 여러 가지 챙기다 펑크 날 수 있다. 신 부사장님이 직접 다 보실 수 도 없는 거고” “(갑자기 웬 훈수?) 네 알겠습니다. (알아서 하고 있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다른 게 아니고 너 있잖아 중장기 계획이 뭐냐? 부사장님이 리더들에게 후배들 중기 커리어도 봐주라고 하셔서 그래. 너는 내가 보면 해외 경험 살려서 한 번 더 파견을 다녀오는 게 낫지 않겠니? 어때 내 생각이 그게 너도 좋지?” “아니오, 싫습니다!! ” 민재는 단호하게 아니라는 본인의 뜻을 말하고 민 부장을 똑바로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