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앨 Apr 10. 2022

이과가 나라를 굴린다면

남다르게 쓰레기 버리기

이곳에 살다 보면 네덜란드 사람들이야말로 ‘이과’가 아닌지 싶을 때가 있어요. 문제 풀이를 좋아하고 그 과정이 효율적인 게 중요하게 생각한달까요. 기술이나 규칙을 통해 더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간단한 예를 든다면 사과 씨를 빼는 연장(?), 병에 남은 잼 같은 것을 싹싹 긁어내 주는 연장(?) 같은 걸 발견하는 게 참 재밌어요. 정말 누가 쓰는 걸 본 게 아니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싶은 게 많은데, 막상 용도를 알고 나면, ‘오 괜찮네’ 싶게 말이 되는 거죠.

일단 존재를 알고나면 있어야 할 거 같은 도구들 출처: grabarshop.com, Bon Apetite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로는 특히 쓰레기 처리하는 방식이 있어요. 암스테르담 살 때는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근교에 나와 사니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방법이 황당하고도 인상 깊었어요.


우선 암스테르담처럼 아파트가 많은 도시에서는 쓰레기를 주민들이 매립형 컨테이너에 모아버려요. 그냥 뚜껑 열고 버리면 지하에 있는 더 큰 컨테이너에 몽땅 쏟아 들어가져요. 쓰레기가 흘러나와 보기 나쁘지 않다는 장점이 있어요.

귀여운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나라에서 쓰레기 마스코트는 만들었네요. 우리나라는 모든 관공서에서 캐릭터를 쓰는데 말이죠~ 출처: sigid.nl

그리고 시에서 한 주에 한 번씩 전용 트럭으로 이 지하에 매립된 컨테이너를 지상으로 들어 올려서 내용물을 트럭에 붇고 옮겨가요. 이 모습은 참 신기해서 애들도 어른들도 가끔 서서 구경하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면 시민들이 쓰레기를 대충 아무렇게나 버리고, 도로가 더러워져도 신경 안 쓰고, 쓰레기 청소할 사람이 정성을 다해하지 않을 걸 아니까 이렇게 관리한 게 아닌가 싶어요. 버리기 편리하고, 관리하기 용이하고, 처리하기 쉬운 거죠.


이와 다르게 집들이 많은 근교에서는 집집마다 쓰레기통이 있어서 이 걸 비워 간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자기 집 앞에 내두는 쓰레기통이니 쓰레기도 관리를 하게 되죠.


암스테르담에서  때는 시에 내는 쓰레기 처리 비용이 2 가구 기준 연 580유로였는데 (78만원 정도),  보다  내게 될까요,  내게 될까요?

그리고 동네 산책을 하다가 놀라운 장면을 봤어요. 한가로운 일요일에 차들이 줄을 서서 어디 들어가려고 하길래 남편한테 물어보니, 다들 쓰레기 버리러 가는 길이라고 하네요!

집집마다 통에 들어가지 않는 큰 쓰레기를 (가구 같은?) 버릴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네요. 그 쓰레기는 전문가를 써서 버리던가 이렇게 직접 차를 싣고 쓰레기 장에 온대요.

그리고 들어올 때 차 무게를 재고, 나갈 때 차 무게를 재서 쓰레기 양을 측정하고 돈을 매긴다네요... 참 세금 떼는 방법도 여러 가지예요, 그렇죠?

쓰레기 버리러 아침부터 줄 선 사람들
전문가를 써서 버릴 땐 이렇게 노란 컨테이너에

또 빗자루로 길을 쓰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아요. 대부분 이렇게 차를 이용해서 길을 닦고 잔디를 관리하고 그러네요. 거의 모든 것에 도구와 기계를 사용하니, 편하고, 효율적이고, 단순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걸까요?

이전 09화 200년 된 와플 포장마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