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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Mar 30. 2022

보고서 작성은 쓸데없는 업무일까? - 더 킹: 헨리5세

#PSH독서브런치159

사진 = 다음 영화 <더 킹: 헨리 5세> 스틸컷


※ 영화 <더 킹: 헨리 5세>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회사에서 보고서 작성 업무는 보통 불필요한 것, 탁상공론, 업무를 위한 업무 같은 말로 표현되곤 합니다. 많은 영화, TV 드라마에서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보고서 몇 장으로 이슈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지시하는 경영진들은 답답한 사람,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표현되기도 하죠. 이를 의식한 것인지 많은 회사의 대표, 경영진은 '현장 중심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합니다. 의사 결정자가 있는 그대로 현상을 바라보고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보고서에 의지하기보다 현장에 직접 방문해 실무자,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거예요. 이렇게 본다면 보고서 작성 업무는 의사 결정자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려 하지 않을 때, 회사가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그럴듯한 보고서'를 내놓는 데 골몰할 경우 그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2. 이왕주 교수는 <상처의 인문학>에서 "권위 있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상사에 대한 한국인들의 가장 신뢰할만한 체험, 인식, 판단의 표준 모델은 KBS TV 저녁 아홉 시 뉴스다. 여기서 잘 다듬어진 앵커의 멘트들, 눈으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편집된 이미지들이 그래픽들, 조명, 사운드 등으로 잘 버무려진 채 기승전결의 순서에 따라 논리적으로 장면화 되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하나의 사건, 하나의 상황을 잘 이해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고 썼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알쓸신잡>은 이중, 삼중으로 탈여행을 수행한다. ... 바야르 식으로 말하자면, 누구보다 이 여행을 가장 총체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이는 자기 집 거실 소파에 누워 있는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하루 종일 여행한 경험에서 제작진이 세심하게 선별하고 거기에 컴퓨터 그래픽과 자막을 입힌 한 시간 반가량의 프로그램으로 본다. 많은 분량이 편집 과정에서 사라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세부에 함몰되는 위험이 줄어든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그 도시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했어요. 이렇게 본다면 사건에 대해, 여행지에 대해 총체적이고 객관적 인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아무런 실제 체험도 하지 않은 시청자일 수 있겠다 생각됩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실무, 현장과는 떨어져 있지만 보고서를 통해 전체적 인식을 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들이 실무자보다 오히려 더 날카롭게 현실을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KBS 뉴스 9>, <알쓸신잡>과 같이 잘 작성된 보고서가 필수적일 거고요. 즉, 보고서 작성 업무는 회사 의사 결정에 필수적인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1+2. 영화 <더 킹: 헨리 5세>에서 왕으로 즉위한 할(티모시 샬라메 분)은 국정 운영의 주요한 판단을 대법관인 윌리엄(숀 해리스 분)에게 의지합니다. 충직한 신하로 여겨졌던 윌리엄은 결과적으로 본인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조작해 왕에게 보고했고 왕의 의사 결정이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교묘히 조종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드러나죠. 이렇게 본다면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 즉, 현실과 경영진을 매개하는 메신저는 아주 신뢰할 만한 사람이어야 할 거예요.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1) 나부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고 2) 충분한 (실무) 경험 또한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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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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