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킹덤 오브 헤븐(2005)>, <내부자들(2015)>, <설국열차(2013)>의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킹덤 오브 헤븐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공통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둘러싼 십자군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기독교 진영 지도자 발리앙(올랜도 블룸 분)은 결국 예루살렘을 이슬람교에게 넘겨줍니다. 발리앙은 예루살렘의 기독 진영 시빌라 공주(에바 그린 분)를 찾아가 선왕의 왕국은 땅 그 자체가 아니라 머릿속과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그곳은 아무도 침범할 수 없다고 말하죠. ("That kingdom can never be surrendered.")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강희(백윤식 분)는 본인의 비리를 폭로한 안상구(이병헌 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현재 안상구는 청부 살인과 자신이 데리고 있던 여가수를 성폭행한 과거의 전력이 드러났습니다. ...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은, 조폭 안상구가 알 수 없는 조직의 사주를 받은 정치 공작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모든 것이 얼어붙은 가상의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인류는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가 설계한 기차에서 살아남습니다. 기차는 철저한 계급 사회이며 불평등에 저항하기 위해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반란을 일으켜 윌포드를 찾아가는 데 성공하죠. 윌포드는 커티스에게 왜 기차에서 계급이 나뉘게 되었으며, 때때로 반란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기차는 폐쇄된 생태계이며 균형 유지를 위해선 때론 급진적이고 과격한 방법을 조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에요. ("For optimum balance, however, there have been times when more...radical solutions were required. ... We don't have time for true natural selection. We would all be hideously overcrowded and starved waiting for that.")
2. 킹덤 오브 헤븐의 발리앙, 내부자들의 이강희, 설국열차의 윌포드는 모두 프레임을 전략적으로 잘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발리앙의 말 한 마디로 시빌라 공주는 빼앗긴 땅의 공주에서 빼앗길 수 없는 땅의 공주로 의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이강희는 부패 언론인이었다가 정치 공작의 피해자가 되었죠. 또한 윌포드는 부도덕하고 잔인한 리더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고 있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부정적으로 표현한다면 셋 모두 입만 산 사람들이죠. 하지만 긍정적으로 표현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한 사람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고 나쁨을 평가할 때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연적임을 생각한다면, 기준 자체를 쥐고 흔드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1+2.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리셉션장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인사를 거절한 일이 있었습니다. 보수 언론은 이를 두고 '북미 화해 무드 조성에 몸이 달은 문재인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다 결례를 범했다'고 표현했고, 진보 언론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자신의 불쾌함을 최소한의 외교적 고려도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례를 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에스콰이어 18년 3월호 기사 참고) 이와 같은 프레임 싸움은 정치 영역에서 매일 비일비재하게 벌어집니다. 하지만 프레임 관점으로 우리의 일상 대화를 바라보았을 때 거의 모든 대화가 프레임으로 설명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상 대화 속의 미묘한 프레임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참고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