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023
tvN 예능 '알쓸신잡'에 출연하기도 한 장동선 뇌과학 박사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세바시)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유튜브 영상: 내 아이의 뇌에 어떤 스토리를 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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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존재인가, 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볼 때, '스토리'가 내가 가야 할 방향성을 만들어줍니다. ... '뇌는 팩트(fact) 중심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억 속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을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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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인생 전체를 하나의 큰 이야기(스토리)로 표현할 수 있다면 과거의 내 행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과거 나의 행적에 의미가 부여되고, 미래에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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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과거에 대한 해석' 특히 현재의 관점에서 내 마음에 들지 않지 않는 인생의 부분에 대한 해석은 부정적으로 보느냐 긍정적으로 보느냐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우리는 과거의 체험을 어떤 식으로든 서사화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저명한 실용주의자 리처드 로티는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1989)에서 자신의 과거를 바로 자신의 언어로 ‘재서술’하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 열렬히 강조한 적이 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읽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비평가일지도 모른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마음산책)
2. “사람은 이성을 가진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에 따르면, 사람은 이성적 동물, 합리적 동물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합리화하는 동물이다. 사람이 합리적 동물이라면 기존에 고집하던 생각과 모순이 되는 사물이나 현상을 만나면 자기 생각을 수정해야 마땅하다. ... 기존 생각을 수정하려면 자신을 끊임없이 부정하는 용기가 필요한데, 대부분은 기존의 생각을 고집하는 용기만 갖고 있다. ... 오히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그 좋은 머리를 기존의 생각을 수정하기보다 기존의 생각을 계속 고집하기 위한 합리화의 도구로 쓴다. (생각의 좌표, 홍세화, 한겨레출판)
3.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영원한 윤리적 질문에 니체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영원히 되풀이해서 살아가기를 바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살기를 열망하라. 니체는 이 답을 ‘위대함을 위한 공식’이라 부른다. “인간이 위대해지기 위한 내 공식은 운명애(amor fati)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영구히 자기 자신 말고 다른 것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게리 콕스, 황소걸음)
자기 합리화는 속으로는 과거 나의 선택, 행동이 잘못된 줄 알면서 애써 부정, 포장하는 느낌이고, 아모르파티는 본인의 운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그 반대편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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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서도 자존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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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를 존중할 수 있다면, 그때의 행동, 선택,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고, 현재를 나를 존중할 수 있다면 현재의 나를 만든 모든 내 모든 과거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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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 와일드(Wild, 2014)에서 불우한 인생을 살아온 주인공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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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if I could go back in time, I wouldn't do a single thing differently. What if I wanted to sleep with every single one of those men? What if heroin taught me something? What if all those things I did were the things that got me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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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일견 후회스러운 본인의 인생을 되돌린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래 살았던 방식 그대로 다시 살 것이라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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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해야 할 것은 누가 봐도 "자기 합리화 오져버렸쥬?"하는 상황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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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거의 경험을 발판 삼아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나의 과거를 존중하는 태도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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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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