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1시에 웨이팅이 있으면 새벽 1시에 가면 되지
저녁에 종종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산책을 하는 날이 있다.
여름이지만 밤이 되면 적당히 선선한 도쿄는 산책을 하기 참 좋았다.
헤드셋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는 길로 걷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 넘게 걸었을까 이곳저곳 마음이 내키는 길로 계속해서 걷다 보니 처음 보는 동네에 도착했다.
핸드폰을 켜서 구글맵에 들어가 보았다.
메지로역 주변이었다.
집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보기 위해 애플워치를 터치해 보니 6km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야식이라도 먹고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낮에 갔을 때 줄이 너무 길어서 먹지 못한 라멘집 무테키야가 생각났다.
라멘집이 새벽 3시 반까지 하기 때문에 나는 여유 있게 라멘집으로 이동했다.
저녁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메지로에서 이케부쿠로까지 걸어 무테키야를 찾아갔다.
무테키야에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기다란 줄.
처음에는 이 저녁에 무슨 이벤트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현실이 있었다.
무테키야의 웨이팅 줄이었다.
3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서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7월 20일, 목요일 평일이었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야식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빨래를 돌리고 샤워를 했다.
그런데 계속 라멘집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결국 새벽 1시에 나는 다시 무테키야를 향해 출발했다.
천천히 걸어 무테키야 가까워질수록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도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거 같이 보였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무테키야에 가까이 가자 보이는 5명 정도의 사람들.
나는 그래 이 정도는 기다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그 뒤에 줄을 섰다.
줄을 서고 몇 분 뒤 직원분이 나와 메뉴판을 건네주었고 메뉴를 미리 보고 주문 할 수 있었다.
주문을 하고 다시 몇 분 뒤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때도 내 뒤에는 6명 정도의 사람들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들어간 무테키야.
어째서 이 새벽까지 웨이팅이 생기는 건지 알 수 있는 아주 적은 자석수.
나는 가장 구석자리에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들어온 자리에 앉아서 라멘을 기다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라멘을 받을 수 있었다.
계란과 차슈가 들어간 무테키야의 기본 라멘.
라멘을 받고 곧바로 국물을 한입 먹어보았다.
아주 농후한 국물.
새벽에 먹는 라면, 야식의 감성 때문인지 그 맛이 더 깊게 느껴졌다.
국물과 함께 면을 삼켰다.
무테키야라는 맛집의 맛이 특별한 것도 있었지만 야심한 밤에 먹는 라멘의 맛은 더욱이 특별했다.
그리고 토핑으로 올라가 있는 차슈.
내가 먹어본 라멘에 올라가 있는 차슈들 중에서 가장 두꺼운 차슈였다.
두꺼운 차슈를 한입 베어 물었다.
고기는 언제나 맛있다는 사실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계란과 함께 차슈와 함께 국물과 함께 면을 입안으로 집어넣다 보니 그 바닥이 금방 보이기 시작했다.
곱빼기가 무료였는데 보통이 아니라 곱빼기로 주문을 할걸이라는 후회가 남았다.
이 새벽에 왜 이렇게 까지 기다리면서 무테키야의 라멘을 먹는 건지 내 입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라멘을 먹고 나니 새벽 2시가 다 되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가는데 아직도 가게 앞에는 6명 정도 웨이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름인데도 시원한 공기가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한여름, 새벽 2시, 도쿄 그리고 라멘.
내 인생 제일 인상적이었던 라멘.
그게 내가 느낀 맛 때문이었을지.
내가 살고 있는 장소 때문이었을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새벽시간 때문이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