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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날의 마음 하나

연휴의 바로 다음 날

by 여름의 속도

오늘의 출근 ★★★

연휴의 마지막이었던 어제는 차분하게 봄 비가 내리다가 눈으로 바뀌었고 눈은 아침까지 내렸다. 봄과 겨울이 섞인 이 풍경처럼 내 마음도 녹아내렸으면 좋았겠으나 지나 보낸 이 연휴는 올해 추석 전 마지막 연휴였다.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추석까지의 긴 레이스를 지치지 않고 다시 달릴 수 있을까? 5월에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있긴 한데 휴가를 써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되는 아침. 잠은 잘 잤고 6시에 일어나기는 오늘도 실패했지만 그래도 출근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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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퇴근 ★★

연휴가 끝나자마자 해야 할 일을 준비해놔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할 일을 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책상에 앉자마자 왜 이렇게 걱정이 되지. 여러 유관부서와 함께 해야 할 작업의 방안을 검토해야 되고, 아직 방향성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 그게 부담스러운 걸까. 음. 내가 미리 정리해야 되는 부분과 회사차원에서 정리되어 나에게 전달되어야 될 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업무 구조화가 잘 안 되는 게 아무래도 원인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하고 지치지 않고 기다려야 되는데 그러다 혹시 내가 미비하게 준비하는 건 아닐까, 혹시 우리 팀에 불똥 튀는 건 아닐까 마음이 조마조마하네. 아무래도 '주어진'일만 잘 하면 되던 시절을 지나버려서겠지. 자꾸만 안 좋아지려는 마음을 달래가면서 해야 할 일을 털어냈고 오후에는 미팅에도 참여했다. 그러니까, 정해지지 않은 부분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니 자연스럽게 미팅이 소집되게 마련이니까 그냥 기다리면 되는데. 요즘 자꾸만 '한 번에 한 계단씩 할 수 있는 일만 하자'라고 외운다. 이렇게라도 외우지 않으면 무너져버릴 것만 같아서.


오늘의 위안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티스트로부터 직접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 원더월클래스에서 박문치 클래스를 잠깐 들었는데 영감은 뭔가 해야 되는데- 불안함과 함께 온다고 했다. 일할 때도, 심지어 놀 때도 '아 이제 해야 되는 데'를 원천으로 움직이는 사람으로서 위안이 되었다. 이 동력을 불안으로 여기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만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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