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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날의 마음 아홉

손이 빠른 사람의 옆에 혼나는 사람

by 여름의 속도

오늘의 출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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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손 빠르기로는 뒤지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조직에서는 상대적으로 느린 사람이 되었다. 어느 정도 합이 맞아져야 공식화하는 내 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조직 파악이 덜 돼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오늘의 사고는 이슈 파악. 이놈의 시스템 담당이 잘게 잘게 쪼개져서 별개의 팀에 소속되어있어서 뭐 하나 파악하려면 이 잡듯이 수색해야 된다.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후딱 지나가버린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요지는 노출해야 할 정보/하지 않아야 할 정보를 잘 가리라는 것이었다. (오 이거 제가 고전적으로 못해왔던 정치군요.) 처음부터 그걸 어떻게 다 알아서 하냐는 마음과, 이 정도는 이제 알아서 해야지 하는 마음이 충돌해서 괴로운 오전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조직은 또 처음이라 어쩌면 누군가에겐 당연한 처신이 나에겐 새롭고 당황스러웠다.


오늘의 퇴근 ★★

이런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 마음이 불편하니 자꾸 더블 체크하게 되고, 준비가 되고 나서도 쉽사리 액션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주눅이 든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 조직에 와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실패력이 충만해있는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생각났다. 내가 이 기록을 시작한 이유. 출근하는 마음이 괴로워서였지. 그 이유가 바로 자꾸만 쌓이는 실패의 경험 때문이지 않을까?

어차피 같이 논의해야 되는 부분은 혼자 끙끙거린다고 답이 나오지 않으니 좀 재빠르게 쳐내버리자.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그렇다고 내가 안 물어본 것도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지만요.) 이왕 발품판 김에 이슈나 잘 정리해두고 과정을 기록해놔야지. 하, 힘들었다. 과연 이 조직에서 내가 고성과자가 될 날이 올까? 요리저리 못 빠져나가서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


오늘의 위안

그 와중에 커피를 내려와서 노동요를 틀었다. Sheryl Crow의 Idiot's Delight(Live New York '94) 앨범. 어쿠스틱 선율 중간중간 인터뷰도 들어있다. 흘려들으면 무슨 말인지도 모를 그 말들이 대체 왜 위안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갈 수 없는 뉴욕에, 또 공연이기 까지 하니 그냥 그 풍경이 그려져서 위안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앨범 째 다운로드하여서 이따금 들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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