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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새 Winter Robin Jan 25. 2022

마음은 바쁘건만

머리와 몸은 왜 느려지는가

내일 큰일이 있어서 하루 종일 긴장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평소보다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앉아있어도 서있어도 영혼이 저 멀리 빠져나가 있는 것 마냥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잠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태블릿 PC를 들고 요 근래 안 갔던 카페로 향했다.


새콤달콤한 라즈베리 아이스티. 혀는 즐거웠지만 여전히 멍했다.

기분은 좀 나아졌다.

밖으로 나왔고, 평소와 다른 환경이고, 색다른 듯 좋아하는 음료고, 특히나 뭐라도 하고 있으니 죄책감도 덜었다.


다만, 진정 뭔가 했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내일 있을 일이 머리에 걸려있으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고,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온다. 내 몸과 정신이 모두 일시 정지된 것만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그 시간이 지나가는 지금은 그게 너무나 괴롭게만 느껴진다. 내일이면 이미 과거가 되어 있을 일 때문에 내 현재가 꽉 잡혀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내 삶의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과거를 떠올리며 이불 킥을 하고 있을까, 또는 미래에 대한 망상에 내 시간을 잡혀있을까. 현재에 집중하자는 말은 쉽고 그렇게 살려고 나름 신경 쓰지만, 당장 내일 닥칠 일을 생각하니 오늘을 살기 어렵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그러지 않았던가.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그래, 오늘 밤은 그냥

일찍 잠드는 게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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