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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새 Winter Robin Jan 26. 2022

왜 쿠키를 구울까?

쓸모에 대하여

동생이 쿠키를 구웠다.


한두 달 전, 수년째 쓰지 않은 오븐에 동생이 용감하게 불을 지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레스토랑에서 밖에 못 먹어본 라자냐를 대성공시키더니, 그다음에는 오븐 스파게티, 피자, 그리고 스콘까지 맛있게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쿠키에 꽂힌 모양으로, 나야 그 덕을 보는 시식 담당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응원했다.


너무 귀여운 "복" 쿠키 & "토랑이" 쿠키

손재주가 좋은 동생이 너무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려서 결국 쿠키를 먹을 수 없었다. (아껴뒀다가 먹어야지...)


만들어서 가족과도 먹고 친구들에게도 나눠줄 거라고 하면서 동생은 추가 재료를 사라 가자고 했다. 홈베이킹의 최대 수혜자인 나는 동생의 짐꾼이 되기 위해 얼른 따라나섰다. 눈도 입도 즐거운 내일을 위한 부지런함이랄까?


마트로 향하는 길에 동생이 고개를 갸웃하며 웃음기 띤 질문을 던졌다.


나는 왜 쿠키를 굽는 걸까?


그러면서 동생은 이런 식으로 쓸모 있는 뭔가를 만드는 행위가 너무나 즐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일까 생각하는지 짧은 침묵이 흘렀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즐거운 거야?"


내가 묻자, 동생은 또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가족이 기뻐하는 것을 만들어서
쓸모 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


그러면서 배시시 웃는 동생은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나 마음이 예쁘다. 기뻐하는 상대의 얼굴을 떠올리며 늘 크던 작던 이런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쓸모란 결국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생각하는 마음에서 솟아나는 것이구나, 새삼 생각했다.


그렇다면 크던 작던 내가 하는 쓸모 있는 행위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행동 속에서 어떤 의미 또는 보람을 느끼고 있는 걸까? 동생처럼, 그 과정에서도 일종의 즐거움을 안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가?


어쩌면 첫 질문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쓸모 있는 행위를 어떻게 정의하고, 쓸모없는 행위와 어떻게 구분 짓고 살아가는 걸까? 여기서부터 고민해야 되는지도 모른다.


아까워서 이걸 어떻게 먹는담...?어흥!

당장 나올 답은 아닌 것 같다. 동생의 해석과 이유가 너무도 멋지고 따스했지만, 나는 나만의 해석과 이유를 찾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 비록 도달하는 결론이 동생과 같을지라도, 그 과정이나 감정이 완전히 같을 리가 없으니까.


"쓸모"라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나의 "쿠키"가 무엇인지 좀 더 머릿속에서 굴려보고 그만큼 더 뜻깊은 한 해를 살아야겠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되는, 구정을 며칠 남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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