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공공연히 발설된 가장 신성한 죽음의 이력
나는 간단하게 사고하며 아주 먼 곳까지 갔다
파묻히기 좋은 땅에 이를 때까지
온갖 죽은 동물들의 꿈을 모두 받아 적으며 걸었다.
서운하게 죽은 동물들
그들의 서글프고 유약한 검은 물 같은 눈동자
일렁거린다
쏟아지기 직전의 감각으로
감지 못한 눈동자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유달리
건강한 누군가가
내가 걷는 동안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지나갔다. 일곱 대. 버스 안 사람들은 모두 늙은 여자들. 그들은 나를 보고 색시가 종아리를 내놓고 걸으면 애를 밸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나를 닮은 어린애를 갖지도 못하고, 참 안 되었다고 혀를 끌끌 찼다 그들은.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나와 모두 닮아 있었다. 나는 아무나 닮은 어린애가 되어서
오너먼트를 떼지 않은 전나무처럼
터벅터벅 걸었다
신도 아닌 내가 신의 마음으로 걸으면 징그럽도록 넓은 세상 누군가 한 명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미신 혹은
전설
사실 그런 거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오래 걸었다
태어난 곳에서 점으로 보일 만큼 오래오래
창백해진 얼굴로
무덤에 도착했을 때는
새로 태어난 늙은 짐승이 다소곳하게 앉아서
머리를 빗고 있었다
조용하고
신성하게